• 하루 단 50그릇…미역국 하나로 문전성시 이루는 이곳 [쿠킹]

    하루 단 50그릇…미역국 하나로 문전성시 이루는 이곳 [쿠킹]

    한 끼 식사를 위해서 몇 달을 기다려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한 식당을 예약하기 위해 800통이 넘는 전화를 걸고, 10개월이 넘는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누구보다 먹고 마시는 것에 진심인 푸드 콘텐트 에디터 김성현의 〈Find 다이닝〉을 시작합니다. 혀끝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다이닝을 찾는(Find), 그가 추천하는 괜찮은(Fine) 식당을 소개할게요. 읽기만 해도 배가 부를 정도로 생생하고 맛있게 쓰여진 맛집을 만나보세요.    김성현의 Find 다이닝 ㉒ 오일제   “갓 지은 가마솥 밥에 고소한 들깨 미역국 한 그릇의 행복” 갓 지은 가마솥 밥에 고소한 들깨 미역국의 행복을 전하는 오일제. 사진 김성현   STORY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듯 다양한 가게들이 늘어선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골목. 작은 나무문을 열고 들어서면 구수한 밥 내음과 더불어 청아한 새소리가 손님을 반긴다.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것은 차분함과 고요함 그리고 햇살 같은 포근함이다. 마치 정신없이 바쁜 도심에서 벗어나 잠시 다른 세상에 온 듯한 느낌마저 드는 이곳은 미역국 하나로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은 밥집 ‘오일제’다.     미역국 단일메뉴를 판매하는 오일제의 들깨미역국. 사진 오일제 지난해 3월 문을 연 ‘오일제’는 이미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그리고 ‘나만 알고 싶은’ 미역국 맛집으로 통한다. 좌석은 단 12석, 하루에 판매하는 미역국은 50그릇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일제’는 매일 오전 10시와 11시30분, 오후 12시30분과 1시30분 네 차례에 걸쳐 직접 가마솥으로 밥을 지어 손님에게 내어놓는다. 한정된 좌석에 한해 예약을 받는데, 미처 예약하지 못한 고객들이 가게 문을 열기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오픈런이 일상이다.      이윤을 위해서라면 대량 판매 시스템을 구축하고, 직원을 더 많이 채용할 수 있겠지만, 신동훈(40) 셰프는 1인 업장을 고수하고 있다. 20년간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셰프로 일하며 주말과 공휴일이 없는 삶을 살았던 그는 조금이라도 더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생각했기 때문.     “홀로 식당을 운영하면서도 토요일과 일요일을 가족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기존 외식업 시장에서 탈출구 같은 것을 만들어보고 싶었던 마음도 크죠”   가게의 문을 연 지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현재 그의 도전과 모험은 무척이나 성공적이다. 이 같은 ‘오일제’의 순항 비결은 음식의 퀄리티에 대해서는 절대 타협하지 않는 신 셰프의 신념이다. 미역국으로 유명한 부산 기장에 가서 2주간 하루 5끼 미역국만 먹고, 완벽한 미역 손질을 위해 6개월간 연구를 거듭한 그간의 노력과 정성이 이를 먹는 이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미역국이 한국인의 ‘소울푸드’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대중적인 음식인 만큼, 식당을 찾는 손님은 20대부터 90대까지 세대와 성별을 막론하고 다양하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가족 단위 고객이 많다는 것이다. 딸이 어머니를 모시고 오고, 어머니가 다시금 이곳에 어머니를 모시고 오거나 자신의 친구들과 모임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새롭고 트렌디한 것을 추구하기보다 미역국 하나, 본질에 집중하면 반드시 가게를 찾아올 것이라는 신 셰프의 예상이 그대로 적중한 것이다.     놀라운 점은 한국 고객만큼이나 일본인 손님도 많다는 점이다. 가게를 열고 일주일이 지났을 때 한 일본인 고객이 온 이후 일본인 커뮤니티에서 ‘한국적인 정서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입소문이 난 것을 계기로, ‘오일제’는 유명 잡지 마담 피가로 재팬(madame FIGARO japon)에 소개되기도 했다. 당시 서울을 대표하는 맛집 20곳 중 한 곳으로 선정됐고, 이후 일본인 손님이 더욱 늘어났다. 최근에는 이곳에서 미역국을 즐기는 대만과 중국, 유럽과 북미권 관광객들도 심심찮게 만나볼 수 있다.     신동훈 셰프의 오일제는 한국적인 정서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입소문 나며 외국 관광객도 많이 찾아온다. 사진 김성현 현재 ‘오일제’에서는 매주 금요일 단 한 팀만을 위한 생일상 차림상도 선보이고 있다. 미역국을 기본으로 잡채와 갈비찜, 샐러드 등 생일을 맞이한 이를 축하하기 위한 귀한 한 상이 내어진다. 예약 성공을 위해서라면 50: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어야 하지만, 구성원 전원이 ‘오일제’ 생일상으로 생일을 축하하는 가족까지 있을 정도로 만족도는 높다고.     미역국 한 그릇으로 자신만의 길을 가고 있는 신동훈 셰프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단 한 번의 광고나 홍보도 하지 않고, 입소문만으로 오픈 6개월 만에 손님을 끌어모았던 신 셰프는 ‘오일제’를 한층 더 단단하게 안정화할 계획이다. 이후 제주도에 젤라토 가게를 여는 것이 목표라고.     “지난 1월에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젤라토는 배워왔어요. 아마 ‘오일제’가 아니었다면 저는 지금 제주도에서 젤라토를 만들고 있었을 것 같아요. 미역국 다음으로는 젤라토를 꼭 선보이고 싶습니다.”   EAT   단일 메뉴로 미역국만 선보이는 ‘오일제’는 젓갈과 김치 그리고 밥과 간장 외에 별다른 반찬이 없어 백반집의 한 상에 비해 단출한 편에 속한다. 하지만 각 메뉴를 자세하게 하나씩 뜯어보면 그 무엇 하나 셰프의 공력이 들어가지 않은 것이 없다.     미역국에 들어간 재료만 보아도 그러하다. 신동훈 셰프는 10년 전부터 자신이 직접 먹어왔던 전라도 거금도의 초사리 미역만을 사용해 미역국을 만든다. 3~4월에 자라는 어린 미역으로 그해 시장에 처음으로 들어오는 초사리 미역은 무척이나 부드러우면서도 진하고 깊은 감칠맛을 자랑하는 만큼 귀하기로 유명하다.     특히 이 미역은 신 셰프가 직접 배합해 만든 숙성 간장에 찍어 먹을 때 그 감칠맛이 배가된다. 간장에 찍는 순간 해조류가 가진 특유의 기분 좋은 풍미와 감칠맛이 입과 코를 가득 채우고 달큰 짭짜름한 소스가 입맛을 돋운다.     경기도의 한 한우농장에서 공수해 온 사골 육수 역시 일품이다. 느끼한 맛 없이 깊이 있는 담백함은 국을 먹는 마지막 순간까지 잔잔하게 혀끝에 맴돌며 여운을 남긴다. 여기에 오일제 미역국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들깻가루도 고소함과 구수함을 한껏 끌어올린다. 전라도 강진의 청정 지역에서 재배된 들깨의 껍질 벗기고 살짝 볶아 만든 들깻가루는 미역국의 식감을 올려주는 것은 물론 사골 위에 맛의 레이어를 한층 더 하며 복합적인 풍미를 끌어낸다.     신동훈 셰프는 매일 네번 가마솥에 밥을 짓는다. 사진 김성현 매일 시간에 맞춰 가마솥으로 짓고 있는 밥 또한 ‘오일제’의 시작이자 끝과 같다. 갓 도정한 고시히카리 쌀만 사용하는 만큼, 깨끗하면서도 투명한 동시에 탱글탱글하게 터질 듯이 윤기를 머금은 밥은 부드러운 맛을 자랑한다. 씹을수록 쌀 특유의 단맛이 올라오는데, 짭짤한 젓갈이나 함께 나오는 갓김치와 먹으면 그야말로 밥도둑이 따로 없다.     여기에 셰프의 조언대로 밥이 반쯤 남았을 때 미역국에 말아 먹으면 한층 더 진한 고소함을 느낄 수 있다. 이는 들깨 외에 셰프가 넣은 ‘비밀 재료’ 덕분. 밥을 말았을 때의 염도와 농도까지 계산해 음식을 내어놓는 신 셰프의 디테일과 치밀함은 음식 곳곳에서 맛으로 느낄 수 있다.     볶은 메밀을 올려 고소함까지 느낄 수 있는 젓갈도 천일염 산지로 유명한 전라도 곰소 지역의 것을 고집한다. 풍부한 감칠맛과 기분 좋은 염도는 미역국과 찰떡궁합이다. 마치 물김치처럼 깔끔한 맛이 인상적인 배추김치와 씹는 식감과 특유의 풍미가 매력적인 갓김치 역시 갓 지은 밥과 먹어도, 미역국과 먹어도 뛰어난 밸런스를 보여준다. 이처럼 ‘오일제’는 작은 반찬 하나조차 허투루 내어놓지 않고 진정성을 꾹꾹 눌러 담아 손님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김성현 푸드 콘텐트 에디터 cooking@joongang.co.kr    관련기사 초당옥수수·복숭아 뒤를 잇는다…요즘 '이 과일' 샌드위치 인기 [쿠킹] 한국 대표 셰프들이 보여주는 서울의 미식...'블루리본 위크' 열린다 [쿠킹] 탱글탱글한 식감 매력적인 비엔나소시지로 만드는 스파게티 레시피 [쿠킹] 그릭요거트·아이스크림 다 어울려...활용도 만점, 그래놀라 레시피 [쿠킹]  

    2024.08.31 08:00

  • 삼계탕 닮은 국물에 마법소스…日 미쉐린 셰프의 특별한 라멘 [쿠킹]

    삼계탕 닮은 국물에 마법소스…日 미쉐린 셰프의 특별한 라멘 [쿠킹]

    한 끼 식사를 위해서 몇 달을 기다려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한 식당을 예약하기 위해 800통이 넘는 전화를 걸고, 10개월이 넘는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누구보다 먹고 마시는 것에 진심인 푸드 콘텐트 에디터 김성현의 〈Find 다이닝〉을 시작합니다. 혀끝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다이닝을 찾는(Find), 그가 추천하는 괜찮은(Fine) 식당을 소개할게요. 읽기만 해도 배가 부를 정도로 생생하고 맛있게 쓰여진 맛집을 만나보세요.   김성현의 Find 다이닝 ㉑ 니시무라멘   “韓·日·佛, 세 나라가 한 그릇에… 한국에서 맛보는 일본인 셰프의 프랑스식 라멘” 닭뼈 육수에 김으로 만든 오일을 더한 니시무라멘의 '교카이파이탄'. 사진 김성현   STORY   전통은 물론 정통성을 중요하게 평가하는 미쉐린 가이드, 콧대 높기로 소문난 그곳에서 아시아 최초로 퓨전 부문에 별을 획득한 이가 있다. 주인공은 니시무라 다카히토(52) 셰프. 그는 지난 2019년 자신의 이름을 딴 후쿠오카의 레스토랑 ‘니시무라 다카히토 라 쿠진 크리에이티브’에서 선보인 일식 프렌치 퓨전 요리로 미쉐린 가이드 1스타를 획득한다.     3살 때부터 취미로 요리를 시작해서 16살에 본격적으로 요리사를 자신의 업으로 삼은 그가 주로 배워온 것은 화려하고 정교한 프랑스의 요리들. 한 그릇 위에 담긴 프렌치 퀴진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그는 29살이 되던 해 프렌치 레스토랑을 연다. 하지만 음식을 만들수록 국적이나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자신만의 음식을 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 그렇게 2017년 퓨전 레스토랑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니시무라 다카히토 셰프가 라멘을 만들고 있는 모습. 사진 김성현   라멘을 선보이기 시작한 것은 약 7년 전, 틀을 깨는 것이 장기라고 할 만큼 기존의 체계에 갇히는 것을 지양하는 그는 파인다이닝 코스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메뉴로 라멘을 내놓는다. '얇지만 탄력이 살아있는 면'.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의 면을 만들기 위해 수없이 재료와 배합을 바꾸며 제면소와 함께 연구를 거듭한 그는 마침내 1년 만에 마음에 쏙 드는 면을 완성한다.     이후 자신이 만든 라멘을 더 많은 대중에게 선보이고 싶다는 마음으로 점심에만 한정적으로 라멘을 판매했고, 예상보다 뜨거운 반응에 2020년 4월 후쿠오카에 라멘 전문 가게를 오픈하기에 이른다. 이처럼 일본 내에서도 평범한 길을 걷지 않는 니시무라 셰프가 한국, 그것도 서울의 연남동에 자신의 두 번째 매장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일까?     “2020년 처음으로 서울에 와서 노포와 포장마차부터 파인다이닝까지 수많은 음식점을 다녔어요. 매달 서울을 찾아서 2박 3일 머무는 동안, 관광은 하나도 하지 않고 정말 먹으러만 다녔죠. 일본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 조금 더디고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는데, 서울은 전통 속에서도 새로움과 크리에이티브함이 살아있더군요. 후쿠오카를 넘어 2호점을 한다면 도쿄보다도 서울이 재미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렇게 그는 지난해 11월 연남동에 후쿠오카에 이어 자신의 이름을 딴 ‘니시무라멘’의 간판을 내걸고 영업을 시작했다. 일본 현지 고객들의 입맛과 한국 고객들의 취향이 다른 만큼, 국내에서는 염도를 더 낮추고 면은 빨리 불지 않도록 조리했다고. 특히 조리 시간 1초의 차이로 풍미가 확연히 달라지는 스프는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이 직접 맛을 보고 완성해 퀄리티 유지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니시무라 셰프가 매주 빠짐없이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노력 덕분일까. 최근 발표된 미쉐린가이드 서울 2025에 등재되는 반가운 소식도 있었다.       고국을 넘어 한국까지 자신의 라멘을 성공적으로 론칭한 그는 오는 6월, 강남에 자신의 또 다른 장기인 버터샌드와 치즈케이크 전문점의 오픈을 앞두고 있다. 7월부터는 저녁마다 니시무라멘에서 자신의 색깔이 가득한 이자카야 메뉴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라고.     아시아 최초로 퓨전 분야에서 미쉐린 1스타를 받은 니시무라 다카히토 셰프. 사진 김성현   이미 일본 내에서도 성공한 셰프인 그가 이렇게 고된 일을 자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니시무라 셰프는 ‘전혀 힘들지 않다’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36년 넘게 요리에 매진했지만 이제야 겨우 입구가 보이는 느낌이라고. 그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요리하는 것이 너무나 재미있다. 앞으로 전 세계를 여행하며 수많은 음식을 경험하고 흡수해 나만의 요리하는 것이 목표”라며 셰프로서 자신의 삶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EAT   특제 닭오일과 맛간장, 포르치니 버섯으로 맛을 낸 쇼유라멘. 사진 김성현   일본에서 가장 대중적인 메뉴이자, 현지인 셰프가 선보이는 라멘이지만 이곳의 라멘은 전통적인 일본의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음식에 사용되는 재료의 90% 이상을 국내산으로 사용해 한국의 맛을 담아냈지만, 조리법은 섬세하고 디테일한 프랑스 요리 방식을 따랐기 때문.     ‘니시무라멘’을 대표하는 메뉴인 교카이파이판의 경우, 하루 동안 푹 끓여낸 닭 뼈 육수에 김으로 만든 오일을 넣어 감칠맛을 더했다. 이 메뉴는 니시무라 셰프가 한국에서 먹었던 닭칼국수와 삼계탕, 닭곰탕 등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라멘이라고. 수프를 만드는 과정에 쌀과 찹쌀을 사용하는데 이 역시 삼계탕 속에 들어간 찹쌀을 맛본 후 자신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재창조한 것이다.     닭 육수와 어우러지는 독특한 풍미의 김오일 역시 말린 파래김과 잘게 다진 쪽파를 올리브오일에 함께 끓어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서 특유의 녹색빛과 풍부한 향을 위해 60도의 온도를 유지한다. 이런 방식은 그가 프랑스 요리를 수학하며 얻은 노하우가 접목된 것이다. 덕분에 교카이파이판은 해초류와 고소한 닭이 만나 여러 겹의 맛의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훈제한 고등어와 멸치, 가츠오부시를 우린 맑은 육수의 시오 라멘에 곁들이는 부추페이스토 역시 정교하고 복잡한 프랑스 요리 방식을 그대로 가져왔다. 잘게 다진 부추를 육수와 함께 믹서기에 분쇄해 아이스크림으로 만들고, 이것을 다시 갈아서 얼린 뒤 또 한 번 아이스크림 기계에 넣어 입자를 곱게 만든다. 이 과정은 부추의 날 선 질감은 죽이고, 향은 끌어올리기 위함이라고.     시오만큼이나 마니아층이 많은 쇼유라멘 역시 니시무라 셰프의 색이 진하게 담겨있다. 그가 손수 만든 특제 닭오일과 맛간장을 기본으로 하지만, 독특한 것은 라멘 안에 담긴 포르치니 버섯이다. 고기처럼 뭉쳐있는 버섯을 젓가락으로 풀어내는 순간, 버섯의 깊은 풍미와 감칠맛이 한 번에 퍼져나가며 어디서도 느껴보지 못한 라멘 맛을 선사한다.     청양고추의 매운맛과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로 만든 특제오일. 사진 김성현 모든 라멘에는 청양고추의 알싸한 매운맛과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이곳만의 특제 ‘辛(신)청양오일’을 한 스푼 넣어 먹는 것도 훌륭한 선택이다. 청양오일을 넣는 순간 맵싸한 느낌이 올라오며, 맛의 레이어가 한층 더 생기고 국물은 더욱 깊은 맛을 낸다. 매콤한 음식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마법의 소스와 다름없는 느낌이다.     주문 즉시 무쇠솥에서 갓 지어 나오는 솥밥 역시 별미다. 입안에서는 이천 고시히카리로 지은 밥은 쌀 한 톨 한 톨에 탱글탱글한 식감을 느낄 수 있고, 코를 통해서는 갓 지은 솥밥이 주는 특유의 향긋하면서도 고소한 단내를 함께 맡을 수 있다.     이렇게 따끈따끈한 솥밥은 쌀 본연의 맛을 먼저 즐긴 뒤 파르메산 치즈와 라멘 스프를 함께 넣어 리소토처럼 즐길 수도 있다. 치즈가 가진 꼬릿한 뉘앙스의 고소함과 쌀이 품은 곡물 특유의 구수함, 여기에 육고기가 주는 감칠맛이 더해져 넘치는 중독성으로 입맛을 사로잡는다.   주문 즉시 무쇠솥에서 지어지는 이천 고시히카리 쌀밥. 사진 김성현   이처럼 상식의 틀을 깨는 특별한 라멘과 어디서도 맛보기 어려운 독특한 조합은 니시무라멘만에서만 할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이다. 늘 새로운 메뉴를 고민한다는 니시무라 셰프는 앞으로 김치찌개나 돼지국밥처럼 한국 사람이 애정하는 메뉴를 라멘 스타일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계획도 함께 전했다. 또한 현재 젓갈과 김치 등을 배우고 있는 만큼, 한국의 전통 발효도 요리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성현 cooking@joongang.co.kr   관련기사 '요리도 장비발', 전골·구이·볶음 등 활용도 높은 무쇠주물 멀티팬 출시 [쿠킹] 감칠맛은 기본, 아삭한 식감까지...반찬 필요없는 마늘종 솥밥 [쿠킹] 여름 준비? 오도독 톳에 영양 가득 전복 듬뿍 넣은 한그릇 [쿠킹] 근사한 브런치 메뉴 '더치베이비'…성공 위한 2가지 비결 [쿠킹]

    2024.06.02 08:00

  • "초밥을 쥐지만 일식은 아니다"…한국식 발효에 빠진 오마카세 [쿠킹]

    "초밥을 쥐지만 일식은 아니다"…한국식 발효에 빠진 오마카세 [쿠킹]

    한 끼 식사를 위해서 몇 달을 기다려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한 식당을 예약하기 위해 800통이 넘는 전화를 걸고, 10개월이 넘는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누구보다 먹고 마시는 것에 진심인 푸드 콘텐트 에디터 김성현의 〈Find 다이닝〉을 시작합니다. 혀끝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다이닝을 찾는(Find), 그가 추천하는 괜찮은(Fine) 식당을 소개할게요. 읽기만 해도 배가 부를 정도로 생생하고 맛있게 쓰여진 맛집을 만나보세요.   김성현의 Find 다이닝 ⑳ 토와   “장아찌와 씨간장 위에 정성 한가득…세상에 없던 새로운 오마카세” 식사의 첫 번째 초밥으로 나오는 제주산 참치. 생강장아찌와 곁들여 먹는다. 사진 김성현   바쁘게 달리는 자동차만큼이나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로 가득 찬 방배동. 정신없는 도로 뒤 골목으로 걸음을 옮기면, 도심과는 다른 결을 지닌 독특한 가게가 나온다. 작디작은 나무 간판 옆, 초인종 대신 투박하게 기계식으로 비밀번호를 눌러야만 들어갈 수 있는 숨겨진 공간. 우리나라의 전통 발효를 깊게 공부하며 한국식으로 초밥을 쥐어내는 ‘토와’다.     음식과 약은 결국 그 근원이 다르지 않다는 ‘식약동원(食藥同原)’을 주제로 하는 이곳은 오직 자연에서 나오는 제철 식재료와 시간에 의해 완성되는 각종 발효물만 사용해 요리를 만들어낸다. 2018년 일본에서 2년간 스시를 공부하고 2020년 서울 상암동에 자신만의 가게를 열었던 조영재(34) 셰프는 2022년 제주도에서 발효연구를 하는 공간 ‘오지나’에서 오랜 시간 숙성된 발효 재료들을 접하고 음식의 새로운 미래를 그렸다.     제철 식재료와 발효물로 요리하는 조성재 셰프. 사진 김성현 무엇보다 그를 사로잡은 것은 꽃게·대하·딱새우 등 온갖 갑각류를 형태가 사라질 때까지 오랜 시간 숙성해 간장에 온전히 녹여낸 어(魚)간장이었다. 간장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깊고 독특한 풍미에 반한 그는 본인이 가장 자신 있던 스시에 이를 접목하겠다 마음먹고 그해 8월 지금의 위치로 토와의 보금자리를 옮겼다.     양식하지 않은 완전 자연산 재료, 계절의 맛을 담은 제철 지역 특산물, 일체의 첨가물 없이 깨끗하게 만들어진 장까지. 건강한 재료만 엄선해 몸과 마음을 회복할 수 있는 음식을 선보이는 것은 조 셰프가 토와에서 타협하지 않는 원칙이다. 신선한 원물이 지닌 개성과 특징을 맛의 반석으로 삼는 덕분에 수급되는 재료에 따라 요리와 코스 역시 달라진다.       식사가 끝난 후 침향과 함께 이어지는 셰프와의 찻자리에서는 요리와 음식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사진 김성현 “몸이 아프면 괜히 짜증이 나고 불편하잖아요. 건강하고 깨끗한 음식을 먹어서 몸을 편안하게 하면 마음도 한층 더 편안하게 다스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해 먹기보다 음식을 통해 몸과 마음이 쉬어갈 수 있는 경험을 하실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합니다.”   이같은 조영재 셰프의 가치관과 신념은 하나하나의 음식은 물론 공간에서도 잘 드러난다. 식사 시작 30분 전, 약재로도 쓰이는 침향을 피워 공간 곳곳을 은은한 향기로 채우며 손님을 기다리는 그는 식사 전후로는 즉석에서 내린 따뜻한 자소엽과 당유자 차를 낸다. 오감을 만족시키려는 조 셰프의 노력은 식사 중에도 끊이지 않는다. 식재료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부터, 자연을 거쳐 자신의 손끝에서 완성된 음식에 관한 스토리까지 맛깔나게 풀어놓는 그는 한 편의 공연과 다름없는 식사를 선물한다. 조영재 셰프는 본인의 음식의 장르를 정통  일식이나 한식이 아닌 ‘토와’라고 말한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자신만의 것을 창조하고, 어제보다 오늘 더 건강한 음식을 선보이겠다는 그의 굳건한 소신은 그 어떤 음식보다도 여운이 짙게 남는다.    EAT   130년된 씨간장으로 만든 간장차. 짠맛은 물론 감칠맛과 달큰함까지 복합적인 뉘앙스가 인상적이다. 사진 김성현 130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담은 씨간장부터 직접 담근 일곱 종류의 장아찌까지. 자연과 정성, 시간과 발효, 몸과 마음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음식을 내놓는 곳답게 ‘토와’에서의 식사는 시작부터 범상치 않은 재료들이 등장한다. 특히 조영재 셰프 본인이 화학첨가물과 조미료에 민감한 만큼,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고집스러울 정도로 대부분의 재료를 직접 만든다.     초밥을 쥐지만 일식은 아니라는 조 셰프의 말처럼, 이곳의 초밥은 밥과 생선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장아찌를 곁들여 먹을 수 있다. 1년 6개월 전부터 초석잠, 냉이, 부추, 생강, 방아, 곰피, 산초, 갓, 삼 등 스무 종류에 가까운 장아찌를 직접 담가온 그는 그날 현지에서 수급받은 생선과 가장 궁합이 좋은 것을 함께 내놓는다.     초밥과 함께 곁들이는 일곱종류의 장아찌. 모든 장아찌는 조영재 셰프가 직접 담근다. 사진 김성현 자칫 비릿할 수 있는 멸치는 숯으로 한 번 가볍게 그을려 풍미를 더하고 알싸하고 풍부한 향을 지닌 부추장아찌와 함께 먹을 것을 권한다. 광어와 우럭 등 대중에게 가장 익숙한 흰살생선은 씹는 식감이 살아있으면서도 짭조름한 갓 장아찌와 함께 제공된다. 어간장을 섞은 물에 약불로 삶아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전복에는 아삭아삭하면서 전에 없이 독특한 향이 매력적인 초석잠이 곁들여진다.     이러한 조합은 마치 밥 한 숟가락 위에 반찬을 얹어 먹는 듯한 한국의 전통 식사 문화를 연상케 한다. 밥반찬으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한 장아찌들은 제철 해산물과 만나 한층 더 깊이 있는 자연의 맛을 선물한다. 초밥에 사용하는 소금, 청, 참기름, 된장 역시 예사롭지 않다. 채취 과정 중 극미량의 미세 플라스틱이 함유될 수 있는 소금은 오염되지 않은 태초의 소금으로 불리는 안데스 호수의 것만을 사용한다. 청 또한 40년간 농약과 비료를 치지 않은 제주도 땅에서 재배한 청귤만을 사용하고, 참기름은 참깨부터 직접 재배하고 그것을 직접 짜 만들어낸다. 홍삼을 넣어 발효한 된장도 조 셰프가 직접 장을 담근 것이다.     제철생선인 광어를 튀겨 올리고 냉이장아찌를 곁들인 솥밥. 사진 김성현 초밥 이후에는 제철 생선의 다양한 부위를 다채로운 방식으로 조리해 원물의 매력을 맛볼 수 있는 음식들이 줄지어 등장한다. 광어 하나만 해도 뱃살, 지느러미 등은 초밥으로 만들거나 된장과 조리해 회무침으로 내놓기도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쌈 문화를 본떠 곱창 김에 밥과 삭힌 고추에 담근 곰피 장아찌를 얹어 주기도 한다. 이어 남은 살은 튀겨 냉이 장아찌와 함께 솥밥으로 맛볼 수 있다.     이처럼 재료가 가진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건강하고 깨끗한 요리를 넘어서고 싶다는 조영재 셰프의 목표는 식사를 마친 후에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배는 부르지만 더부룩함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속은 기분 좋게 편안했다. 눈에 보이지 않고, 쉽게 알아차리기 어려운 작은 요소 하나조차 허투루 하는 법이 없는 그의 탄탄한 소신은 ‘토와’의 음식이 지닌 가장 큰 무기처럼 느껴졌다.     김성현 cooking@joongang.co.kr    관련기사 '디저트'만으로 한끼 식사 된다…파리서 배운 그녀의 7종 코스 [쿠킹] [Cooking&Food] 초기엔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이젠 프리미엄 넘어 미식 넘본다 하루의 고단함 치유해 줄 힐링푸드...딱 좋은 매콤함, 닭꼬치구이 [쿠킹] 미쉐린 셰프도 반했다, 日 사로잡은 '순대스테이크' 비결 [쿠킹]

    2024.04.28 06:00

  • 양파 5시간 이상 볶고 30가지 향신료 조합...카레 오마카세 [쿠킹]

    양파 5시간 이상 볶고 30가지 향신료 조합...카레 오마카세 [쿠킹]

    한 끼 식사를 위해서 몇 달을 기다려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한 식당을 예약하기 위해 800통이 넘는 전화를 걸고, 10개월이 넘는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누구보다 먹고 마시는 것에 진심인 푸드 콘텐트 에디터 김성현의 〈Find 다이닝〉을 시작합니다. 혀끝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다이닝을 찾는(Find), 그가 추천하는 괜찮은(Fine) 식당을 소개할게요. 읽기만 해도 배가 부를 정도로 생생하고 맛있게 쓰여진 맛집을 만나보세요.    김성현의 Find 다이닝 ⑲ 키마라야   “카레는 3분이면 충분? 7시간 정성으로 빚어낸 깊고 진한 카레의 근본”   '키마라야' 가게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향신료들. 장식용이 아닌 직접 사용하는 것들이다. 사진 김성현   “많은 사람이 요리에서 향신료를 그저 조연이나 엑스트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엑스트라들이 모여서 어마어마한 맛의 무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향신료에 꿈과 노력을 불어넣어서 한국에서 그간 보기 어려웠던 정말 건강한 카레를 내놓고 싶습니다.”     일본 현지에서의 요리 경력만 20년. 야키니쿠(구운 고기)를 시작으로 일본의 다양한 식문화를 경험했지만 윤원재(51) 셰프의 마음을 빼앗은 음식은 단연코 ‘카레’였다. 언제 어디서 먹어도 예측 가능한 맛. 천편일률적인 한국의 카레와 달리, 수십 종류의 향신료로 독특한 풍미를 낸 ‘스파이스 카레’는 그에게 맛의 신세계나 다름없었다.   틈만 나면 수십 종의 향신료를 혼합해 자신만의 카레를 만든 지 십수 년. 단순히 카레 마니아에 머물고 싶지 않았던 윤 셰프는 2022년 일본 요코하마 카레 뮤지엄(현재는 문을 닫았다)의 원장 이노우에 타카히사(井上たかひさ)가 운영하는 ‘카레대학’의 수료증 취득 시험에 도전장을 냈다.     카레의 정의는 물론 카레의 인문학과 카레의 사회학, 조리학과 상품학까지. 카레와 관련된 모든 분야를 총망라한 문제만 50문항으로, 주어진 제한 시간은 단 10분. 12초 만에 한 문제를 풀며 80점을 넘겨야 통과해야 하는 높은 난도에, 그는 첫 시험에서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절치부심하여 두 번째 도전 만에 96점으로 합격했다. 그리고 마침내 일본에서 인정하는 ‘카레 전도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누구보다 카레를 사랑하는 자타공인 카레 전문가 반열에 오른 그는 그해 7월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에 터를 잡고 자신의 혼을 담은 카레 전문점 ‘스파이스 키마카레 키마라야’의 문을 열었다. 이곳의 상징적인 메뉴는 ‘키마카레’. 키마카레란 소·닭고기 등 주재료를 다진 뒤 수십 종류의 강렬한 향신료를 넣어 물기가 많지 않게 만든 카레의 한 종류다. 이 키마카레는 재료 본연의 맛과 어울리는 독특한 풍미로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는데, 윤 셰프는 향신료 1g의 차이에서 오는 미세한 변화와 적절한 비율을 알아내기 위해 매일 같이 ‘카레 일기’를 쓰며 보다 완벽한 카레를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다.   “양파 하나도 기본적으로 5시간 정도를 볶아야 하는데 이 또한 재료의 상태에 따라서 조금씩 변합니다. 재료에 따라 그날 쓰이는 향신료의 양도 미세하게 차이가 나고요. 기성품이 아니라 살아있고 변화하는 재료들이다 보니 수분, 농도, 맛, 향을 잡기 위해서는 매일 새롭게 작업을 해야 해요. 재료와 향신료의 균형을 잘 맞출 수 있어야 맛있는 카레를 선보일 수 있죠.”     먹거리에도 쉽고 빠른 간편식이 넘쳐나는 요즘, 0부터 100까지 손수 자신의 손을 거쳐 ‘세상에 없던’ 카레를 만들어내는 윤 셰프의 꿈은 보다 많은 사람이 독특한 향신료로 만든 새로운 카레의 세계를 맛보게 하는 것이다. 그는 “처음에는 향이 다소 낯설 수 있지만, 밀가루가 들어가지 않고 향신료만으로 만든 스파이스 카레야말로 잘 끓인 약재와 다름없다”라고 강조하며 더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카레 맛에 눈을 뜨길 바란다는 희망을 함께 전했다.     EAT   녹두, 치킨, 고등어가 한 접시에 모두 모인 '육해공' 카레. 사진 김성현   마늘, 후추, 생강, 파프리카, 사프란, 시나몬, 고수 분말, 월계수, 쯔란 등 익숙하고 대중적인 향신료부터 터메릭, 니겔라, 페누그릭, 타마린 등 낯설고 생경한 것까지. 30종류의 향신료가 적절한 조화를 이뤄 짙은 색채를 뿜어내지만, 결코 자극적이지 않은 것이 ‘스파이스 키마카레 키마라야’의 특징이다.   잠시 향신료의 마냥 강한 풍미가 재료의 맛을 덮진 않을지 염려도 했다. 하지만 기우였다. 이곳만의 노하우로 섬세하게 배합된 향신료들은 개성을 주장하기보다 재료와의 조화로움을 한층 더 강조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간 음식에서 엑스트라에 그쳤던 향신료들이 전면에 나서 새로운 풍미를 주도하는 것이다.   “고수 분말인 코리앤더는 은은한 오렌지 향이 나면서도 모든 향신료가 가진 풍미를 더욱 조화롭게 만들어줍니다. 씹으면 특유의 매운맛과 쓴맛이 나지만 향에서는 독특하게 초콜릿을 느낄 수 있는 글로브도 빠질 수 없죠. 같은 향신료라도 씨, 열매, 줄기, 껍질 어떤 부분을 쓰는지에 따라서 맛과 색이 달라집니다.”     이처럼 수많은 향신료로 만들어진 독특한 카레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만큼, 한 번에 다채로운 카레를 오마카세 형식으로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는 ‘카레카세’는 이곳을 대표하는 메뉴다. 그뿐만 아니다. 매콤하고 산미가 있어 마치 한국식 부대찌개를 연상케 하는 인도식 스프카레인 ‘랏사무’부터 65개의 향신료로 만들었다는 유래의 인도식 양념치킨. 20가지 향신료 베이스 소스에 찍어 먹는 쯔케멘(냉우동) 등 카레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음식들이 줄줄이 눈과 입을 사로잡는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치킨 버터 카레와 고등어 카레, 녹두 카레를 한 접시에 모두 담은 ‘육해공 카레’다. 치킨버터카레는 이곳의 최고 인기 메뉴답게 대중적이지만 부드럽고 크리미하며 고소한 치킨을 씹는 맛이 일품이다. 반면 양옆에 자리한 카레들은 뚜렷한 개성을 자랑한다.     녹두의 질감이 재미있는 녹두 카레는 매우 담백한 맛이지만 묘한 중독성이 있어 계속해서 손이 간다. 가장 탄탄한 마니아층을 지닌 고등어 카레는 어디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카레를 보여준다. 고등어를 익히고 손수 뼈를 바른 뒤 가장 많은 향신료를 배합해 비린 맛을 모두 잡아냈다. 언뜻 고추 참치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격렬하고 깊은 향신료가 입 안 가득 퍼지며 카레의 신세계로 인도한다.     키마라야의 이달의 신 메뉴인 모차렐라 치즈를 올린 '화이트 카레'. 사진 김성현   이외에도 윤원재 셰프는 직원으로 함께 일하는 아내 이윤희(50) 씨의 조언을 받아 매달 새로운 카레를 만들어 내놓는다. 일본과 인도 그리고 영국의 어디쯤에서 그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카레를 추구한다는 그가 요즘 새롭게 선보인 메뉴는 ‘화이트 카레’다. 붉은 키마카레를 하얀색 모차렐라 치즈로 덮고 계란 노른자로 부드러움을 한층 더 끌어올린 카레다. 일본 하라주쿠의 한 카레 전문점에서 선보이는 카레를 이곳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구현한 이 메뉴는 카레가 노랗고 자극적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며 부드럽고 고소한 맛으로 많은 이들에게 ‘베스트 메뉴’로 선택받아 또 하나의 대표 메뉴로 떠오르고 있다.   김성현 cooking@joongang.co.kr   관련기사 "독특한 풍미"…발효 음식은 김치뿐? 이런 편견 깬 셰프의 도전 [쿠킹] 뉴욕부터 영국까지 세계를 홀린 한국의 맛, 그 비결은 [쿠킹] '디저트'만으로 한끼 식사 된다…파리서 배운 그녀의 7종 코스 [쿠킹] "희소병 아이가 먹고난 뒤" 미쉐린 3스타 셰프 펑펑 울린 후기 [쿠킹]  

    2024.03.03 09:00

  • '디저트'만으로 한끼 식사 된다…파리서 배운 그녀의 7종 코스 [쿠킹]

    '디저트'만으로 한끼 식사 된다…파리서 배운 그녀의 7종 코스 [쿠킹]

    한 끼 식사를 위해서 몇 달을 기다려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한 식당을 예약하기 위해 800통이 넘는 전화를 걸고, 10개월이 넘는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누구보다 먹고 마시는 것에 진심인 푸드 콘텐트 에디터 김성현의 〈Find 다이닝〉을 시작합니다. 혀끝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다이닝을 찾는(Find), 그가 추천하는 괜찮은(Fine) 식당을 소개할게요. 읽기만 해도 배가 부를 정도로 생생하고 맛있게 쓰여진 맛집을 만나보세요.   김성현의 Find 다이닝 ⑱ 엘라보레   “요리와 디저트의 경계 허물었다…맛과 멋, 양과 질 모두 잡은 디저트 한 상차림”   엘라보레의 시작을 알리는 여섯 종류의 다채로운 아뮤즈 부쉬. 사진 김성현   “프랑스어에 ‘엘라보레’(élaboré)라는 단어가 있어요. 공들여서 만들었다는 뜻인데,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고민하고 끝없이 변화하면서 완벽을 추구한다는 의미예요. 이곳을 찾는 모든 분에게 조금 더 나은 것을 드리고, 음식으로 오감을 다양하게 자극해 영감을 전하고 싶은 꿈을 담은 이름입니다.”   르 프레 카탈랑(Le Pré Catelan), 르 가브리엘(Le Gabriel), 레썽시엘(L’Essentiel) 등. 미식의 도시 파리에서도 미쉐린 가이드의 별을 놓치지 않은 레스토랑에서 7년간 경험을 쌓은 셰프가 강남구 청담동에 ‘디저트’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7종류가 넘는 디저트로만 코스를 채워 전에 없이 독특한 한 끼 식사를 선보이는 주인공은 ‘엘라보레’의 김요솔(31) 셰프다.     엘라보레의 김요솔 셰프. 사진 김성현 그가 디저트 코스 레스토랑 ‘엘라보레’의 문을 연 것은 지난해 9월이다. 디저트는 식사가 되기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기분 좋은 포만감을 선사하는 곳답게 요리와 디저트의 선명한 경계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고기를 먹었을 때의 배부른 느낌을 대체하기를 어렵겠지만, 어느 특별한 날, 하루의 한 끼 정도는 이렇게 특별한 음식들로 포만감을 느끼는 경험을 드리고 싶었어요. ‘익숙한 한국의 재료로도 이런 디저트를 만들 수 있구나’ ‘디저트도 이런 식으로 해석이 가능하구나’라는 반응을 들을 때 무엇보다 즐겁고 행복합니다.”     김요솔 셰프의 말처럼, 엘라보레에서는 모든 디저트가 제각기 다른 당도, 산도, 식감, 온도를 지닌다. 그래서 연속적으로 작은 요리를 먹는 느낌을 받는다.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이자 무대의 총감독처럼 그가 설계한 리듬대로 디저트를 먹다 보면 질리거나 물릴 틈이 없이 서서히 배가 차오른다. 달콤한 디저트로만 배를 채웠을 때는 느끼기 어려웠던, 기분 좋고 충만한 만족감이다.     특히 클래식에 기초한 근본을 잃지 않으면서도, 한국적인 해석을 가미하는 음식은 편안하면서도 신선한 자극을 선사한다. 예를 들어 밀푀유의 기본적인 형태는 지키되 연근을 활용해 한국의 색채를 더하거나, 허브와는 다른 색다른 풍미를 내기 위해 당귀와 방아를 이용하기도 한다. 프랑스 북부에서 흔히 먹는 빵인 팡 데피스(pain d'epices)에 한국적인 재료인 팥을 섞기도 한다.       김 셰프의 올해 목표는 역시나 ‘엘라보레’하는 것이라고. 마치 조각가와 예술가의 행위 예술을 보는 듯 셰프의 섬세한 플레이팅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는 오픈 키친의 장점을 활용해 오감을 자극하는 다양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것이다.       EAT   한국적인 뉘앙스가 담긴 팥과 각종 스파이스 향신료로 만든 팥 스파이스 브레드. 사진 김성현 으레 디저트라고 하면 식사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빵과 과자나 케이크, 과일 등 다소 간단하거나 단순한 것들을 떠올리기 쉽지만, 엘라보레의 디저트들은 단번에 ‘정성 가득한 요리’라는 인상을 준다. 하나의 메뉴는 갖가지 재료로 섬세하게 조형되고, 이들이 모여 구성된 코스에서는 다이닝과 다름없을 정도로 탄탄한 완결성과 리듬감이 느껴진다.     가장 먼저 눈을 사로잡는 것은 나뭇가지에 열린 탐스러운 열매처럼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여섯 종류의 아뮤즈 부쉬다. 한 입 거리의 작은 모양새가 무색할 정도로, 각각의 디저트는 시각적으로나, 맛으로나 세밀한 디테일이 살아 숨 쉰다. 마치 캐시미어처럼 입 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컬리플라워 바닐라 타르트는 풍만하고 깊은 바닐라와 컬리플라워 크림의 풍미가 인상적이다. 화이트초콜릿 역시 평범치 않다. 카다멈으로 만든 초콜릿은 은은한 단맛으로 입맛을 자극한다.     곶감 블루치즈 말이는 한국적인 색채와 더불어 계절의 감각이 그대로 담겨 있다. 곶감의 쫀득함과 짙은 농도의 달콤함은 블루치즈와 치아시드로 만든 사블레와 함께 빼어난 궁합을 보여준다. 안에 들어가 작은 잣은 고소함 속에 고소함을 한층 더하고, 씹는 재미까지 선���하며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엘라보레를 대표하는 시그니처 메뉴인 _쌀꽃, 한국인에게 익숙한 쌀을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냈다. 사진 김성현 마치 김부각의 식감을 연상케 하는 매생이 녹차 크래커도 한국적인 뉘앙스가 물씬 풍기는 듯하다. 식탁의 단골손님인 매생이와 감태는 익히는 과정을 거치며 쌉싸름한 풍미가 한껏 더해진다. 여기에 색과 풍미가 비슷한 녹차가 더해지며 쌉싸름함과 씁쓸함 사이 경계를 오가는 오묘한 맛을 선사한다.     세 종류의 다른 버섯을 활용해 만든 에끌레어도 흥미롭다. 양송이로 만든 도우 안에 능이버섯으로 만든 크림을 채우고, 새송이버섯으로 가니쉬를 마무리해 버섯이라는 식재료를 다채롭게 활용했다. 온갖 버섯이 뒤섞여 있지만 먹는 순간 구수함과 함께 땅과 흙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펼쳐진다.     형형색색 각기 다른 아뮤즈 부쉬 뒤로는 따뜻하고 포근한 텍스처의 땅콩호박 마카다미아 수프가 진한 고소함으로 입 안을 가득 채운다. 이처럼 김요솔 셰프는 뉘앙스가 닮아있는 재료들을 함께 사용하거나, 예상치 못한 재료의 조합으로 새롭고 맛의 레이어를 만들어 낸다. 익숙한 재료들을 이용해 창조하는 독창적인 음식들은 먹는 이에게 신선한 자극을 선물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특히 엘라보레의 시그니처와 같은 ‘쌀꽃’은 김 셰프의 장기가 한데 집중된 메뉴다. 소복하게 쌓인 첫눈에 첫발을 내딛듯 ‘바삭바삭’ 기분 좋은 소리를 자아내는 쌀꽃은 먹기 전부터 청각을 자극한다.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식재료인 쌀을 다양한 형태로 풀어낸 만큼, 맛 또한 실망시키지 않는다.     바삭한 머랭과 그 안에 들어간 겔은 각각 리치를 활용해 만들어 열대과일의 독특한 풍미를 살려냈다. 안을 채운 아이스크림은 쌀을 이용해 만들었고, 곳곳에는 마치 튀밥을 연상케 하는 쌀로 다시 한번 변주를 주었다. 쫀득한 쌀크림과 시원한 아이스크림 그리고 씹을수록 올라오는 쌀 특유의 단맛도 좋지만, 혀끝을 떠나지 않는 구수함이 일품이다.     매 시즌에 따라 각기 다른 재료를 활용하는데 이번 시즌, 수플레는 돼지감자로 만들었다. 사진 김성현 또 하나의 시그니처인 수플레는 디저트도 식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듯 든든한 포만감을 선사한다. 구름에 떠 있는 듯 폭신폭신하면서도 포슬포슬한 수플레 안을 감자로 채워냈다. 수플레 위에는 돼지감자로 만든 아이스크림과 소스를 얹었는데, 돼지감자에서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뿌리 내음이 묵직한 무게감을 더한다. 단순한 디저트를 넘어 식사에 한층 더 가까운 느낌을 주지만, 무엇보다 클래식한 수플레에 자신만의 해석을 더 해 새로운 음식으로 만들어냈다는 점이 재밌다.     김성현 cooking@joongang.co.kr     관련기사 무용가 창업으로 이끈 '템페' 인니 셰프도 인정한 맛의 비결 [쿠킹] 냉장고 남은 재료로 '건강'을 드세요…작심삼일 탈출, 이 메뉴 [쿠킹] 추운 겨울 이 만한 거 없지! 대형마트 전골 밀키트PB 3종 비교 [쿠킹] 당신의 혈당, 안녕하십니까…나도 모르게 위협받고 있다면 [쿠킹]

    2024.01.27 00:02

  • "독특한 풍미"…발효 음식은 김치뿐? 이런 편견 깬 셰프의 도전 [쿠킹]

    "독특한 풍미"…발효 음식은 김치뿐? 이런 편견 깬 셰프의 도전 [쿠킹]

    한 끼 식사를 위해서 몇 달을 기다려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한 식당을 예약하기 위해 800통이 넘는 전화를 걸고, 10개월이 넘는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누구보다 먹고 마시는 것에 진심인 푸드 콘텐트 에디터 김성현의 〈Find 다이닝〉을 시작합니다. 혀끝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다이닝을 찾는(Find), 그가 추천하는 괜찮은(Fine) 식당을 소개할게요. 읽기만 해도 배가 부를 정도로 생생하고 맛있게 쓰여진 맛집을 만나보세요.   김성현의 Find 다이닝 ⑰ 마테르    “톡톡 튀는 산미에 지루할 틈이 없다, 음식이 빚어내는 리드미컬한 콘서트” 시드니·덴마크서 경험한 발효 조리법에 한국적 터치를 더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개척한 ‘마테르’의 김영빈 오너 셰프. 사진 김성현   “예전에는 그저 맛만 좋은 음식이 최고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손님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없으면 텅 빈 요리라는 걸 깨달았죠. 지금은 자연에 뿌리를 둔 요리, 어머니의 품처럼 언제나 따뜻한 요리를 선보이는 것이 목표예요. 모든 메뉴에 직접 발효한 재료를 써서 ‘사서 고생한다’라는 말도 듣지만, 한 분이라도 더 음식을 즐길 수 있다면 바랄 것이 없습니다.”     ‘힙한 감성’과 젊음의 뜨거운 열기가 살아 숨 쉬는 강남구 신사동의 압구정 로데오거리. 발 디딜 틈 없이 시끌벅적한 골목 뒤 싱그러운 녹음으로 채워진 도산공원, 마치 공원을 닮은 듯 차분하면서도 점잖고 의젓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식당이 있다. 레스토랑 ‘마테르’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이곳은 발효와 산미를 활용해 뻔하지 않는 요리를 선보이며 빠른 속도로 탄탄한 단골층을 모으고 있다.     문을 연 지 갓 1년이 넘었지만 미쉐린 가이드가 ‘2024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 등재를 예고할 정도로 업계 안팎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마테르’의 김영빈(32) 오너 셰프는 호주 시드니 레스토랑 ‘마스터’의 오픈 멤버이자 수셰프를 거쳐 덴마크 ‘108’과 ‘노마’의 발효연구소 등에서 착실히 경력을 쌓았다. 틀에 갇혀 있지 않은 자연스러움 속에 아름다운 멋과 맛을 지닌 음식. 김영빈 셰프의 요리 철학이다.    그런 그를 매료시킨게 바로 북유럽 요리의 매력과 아시아 음식을 결합한 ‘아시안 노르딕’이다. 국내에서는 다소 낯선 장르였지만, 자연 그대로의 발효와 여기서 나오는 산미의 다양한 풍미는 한국인의 입맛에도 제격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시안 노르딕을 알리고 싶었던 그가 처음 선보인 곳이 와인바 ‘마인어스’다. 무겁지 않고 캐주얼한 분위기를 지향한 와인바로 손님들과 소통하며 ‘아시안 노르딕’이 누구나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장르라는 확신이 들었다. 자신감을 얻은 그는 바로 ‘마테르’의 문을 열었다. 대지의 어머니 혹은 자연의 어머니라는 뜻처럼 ‘마테르’의 음식들은 자연 그대로를 추구한다. 신선하고 생생한 원물과 더불어 시간이라는 마법이 빚어내는 발효의 독특한 풍미가 이곳의 가장 큰 무기이자 어디서도 쉽게 맛볼 수 없는 독창적인 매력이다.     “재료를 발효해서 산미를 찾아내고, 그 산미를 조합해서 새로운 맛과 향을 만들어내는 즐거움이 있어요. 상상만으로도 행복하고 재미있는 과정이죠. 파의 하얀색 부분만 발효하면 동치미 맛이 나거나, 산도보다 당도가 높은 딸기를 발효시키면 신기할 정도로 새콤달콤한 요거트 풍미가 나요. 콩도 발효 방법에 따라서 쿰쿰하고 무거운 된장이 아니라 아로마 틱하고 향기로운 느낌을 낼 수 있죠. 시간과 비용, 무엇보다도 많은 노력을 요하는 작업이지만 뻔하지 않은 맛을 낸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마테르의 고기는 모두 버섯을 발효한 오일을 이용해 그릴링된다. 사진 김성현 실제로 그는 고기를 구울 때 사용하는 오일조차 직접 발효한 양송이로 만든 것을 고집한다. 발효한 양송이를 오일에 숙성시켜 특유의 향을 스며들게 만들고, 이 오일을 고기에 코팅해 구우면 잡내는 사라지고 불향과 육향이 한층 더 진하게 표현된다고. 이처럼 오일을 시작으로 액젓, 드레싱, 콤부차 등 까지 현재 그가 레스토랑에서 직접 발효해 사용하고 있는 재료만 해도 대략 50가지가 넘는다. 사소하게 여겨지는 작은 재료조차 모두 그의 손을 거치며 새롭게 태어난다.     발효 음식을 어렵게 생각하거나, 요리 속 산미를 즐기지 않는 이들에게 색다른 경험과 후회 없는 만족감을 선사하고 싶다는 김영빈 셰프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균형감을 유지하고 섬세함을 살려내는 것. 과하지 않게 누구나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음식으로 코스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먹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그의 목표다. 내년에 김 셰프는 누룩과 미소는 물론이고 액젓의 일종인 가룸(Garum)을 오징어와 관자로 만드는 등 더 많은 도전을 통해 다양한 발효 음식을 선보일 계획이다.     EAT  마테르의 시그니처 디쉬인 당근. 손님 앞에서 헤이즐넛을 올려 마무리한다. 사진 김성현 발효와 산미를 전면에 내세운 만큼, 마테르가 선보이는 대부분의 음식에서는 기분 좋은 감칠맛과 함께 이를 살려주는 산미를 느낄 수 있다. 제철 재료가 지닌 고유한 풍미를 최대한 담아내기 위해 3개월 마다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 선보이지만, 레스토랑 오픈 초기부터 지금까지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당근’은 마테르의 간판과도 같은 요리다. 김영빈 셰프 역시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추구하는 방향이 이 요리 하나에 응축되어 있다고 말한다. 농장에 방문했을 때 땅 위로 빼꼼 얼굴을 내민 어린 당근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한 메뉴라는 그의 설명 답게, 맛부터 생김새까지 ‘당근’이 가진 다양한 매력이 한데 담겨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얇게 썰어낸 제주 흙당근의 정갈함 위로 자유롭게 자리한 헤이즐넛이다. 보는 순간, 땅에서 자연스럽게 자라난 당근을 형상화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균일한 모양새를 자랑하는 당근은 마치 얇은 무 쌈처럼 아삭아삭 씹는 맛과 함께 새콤한 산도로 군침을 돌게 한다. 여기에 당근과는 대조적인 바삭바삭한 식감, 더불어 달콤하면서도 견과류 특유의 고소한 맛이 터져 나오는 헤이즐넛이 어우러지며 맛의 다양성과 복합성은 한층 더 풍부하게 완성된다.     달큰하고 짭짤하고, 고소한 감칠맛까지. 다양한 맛이 입 안에서 팡파르처럼 울려 퍼지는 ‘비트’ 역시 흥미롭다. 제철을 맞은 비트의 선명하고 진한 색채를 그대로 녹여낸 비트 크래커 속을 명이나물 장아찌, 본메로우, 크림치즈, 구운 비트 등으로 알차게 채워 넣었다.     가을의 정취를 한껏 담아낸 비트. 사진 김성현 김 셰프는 ‘당근’과 마찬가지로 ‘비트’ 역시 허브를 따러 농장에 가는 길, 추수를 마친 후 볏짚이 세워진 논밭을 보며 영감을 받았다고. 그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을에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정서를 시각적, 미각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이 요리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장독대 안에서 수분을 증발시켜 향과 맛을 응축시켜 만든 비트를 활용한 만큼, 그릇으로도 장독대를 활용하고 볏짚을 형상화한 장식으로 마무리했다. 바삭한 크래커 안과 밖 모두 비트가 들어간 덕분에 처음부터 끝까지 비트 특유의 느낌이 모난 곳 없이 길고 은은하게 유지된다. 여기에 더해 짭조름한 명이나물 장아찌와 감칠맛의 정수인 본메로우 등이 부드러운 크림치즈 속에서 균형감과 조화를 이룬다.   김성현 cooking@joongang.co.kr    관련기사 “230년 전통 장어덮밥 맛 그대로" 부산에서 맛보는 작은 도쿄 [쿠킹] "희소병 아이가 먹고난 뒤" 미쉐린 3스타 셰프 펑펑 울린 후기 [쿠킹] 색다른 홈파티 메뉴가 필요할 땐 프랑스식 부대찌개 어때요 [쿠킹] 겨울 추위 녹여줄 한그릇…국물까지 부담없이 즐기는 비지스튜 [쿠킹]      

    2023.12.28 07:00

  • "희소병 아이가 먹고난 뒤" 미쉐린 3스타 셰프 펑펑 울린 후기 [쿠킹]

    "희소병 아이가 먹고난 뒤" 미쉐린 3스타 셰프 펑펑 울린 후기 [쿠킹]

    한 끼 식사를 위해서 몇 달을 기다려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한 식당을 예약하기 위해 800통이 넘는 전화를 걸고, 10개월이 넘는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누구보다 먹고 마시는 것에 진심인 푸드 콘텐트 에디터 김성현의 〈Find 다이닝〉을 시작합니다. 혀끝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다이닝을 찾는(Find), 그가 추천하는 괜찮은(Fine) 식당을 소개할게요. 읽기만 해도 배가 부를 정도로 생생하고 맛있게 쓰여진 맛집을 만나보세요.    김성현의 Find 다이닝 ⑯ 베카프리미엄델리샵   “간단하게 한 끼 때우는 샌드위치? 풍미와 건강 모두 잡은 든든한 요리”   베카프리미엄델리샵의 대표 메뉴인 파슬리 치킨 샌드위치. 사진 김성현   미국 보스턴의 자랑으로 불리던 레스팔리에(L'espalier)를 시작으로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인 스페인의 엘 불리(El Bulli), 미국 시카고의 알리니아(Alinea)와 덴마크 코펜하겐의 노마(Noma)까지. 황선진(45) 셰프는 요리사에게 꿈의 무대로 불리는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세 곳에서 차례로 경험을 쌓으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다.   세 레스토랑을 더하면 미쉐린 별만 무려 9개다. 세계를 대표하는 레스토랑에서 분자 요리와 발효 요리 등 한 끼에 수십만 원 하는 최고급 요리를 했다. 하지만 2020년 11월 황 셰프는 누구보다 화려한 삶을 뒤로하고 대표적인 대중 음식인 샌드위치를 전문으로 하는 ‘베카프리미엄델리샵’의 문을 연다.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에서만 일하던 시절에는 콧대가 하늘을 찔렀어요. 명품을 입고 반짝거리는 보석을 걸치고 요리하는 기분이랄까요? 모든 게 제 능력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오만했죠.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게 아니더라고요. 소박한 음식이라도 가족을 위해 만드는 것처럼 따뜻한 마음을 담아 건강하게 요리하는 것. 지금 저에게 행복을 주는 건 그런 요리예요.”   손님들이 보내준 응원과 감사 메시지를 모아놓고 원동력을 얻는다는 황선진 셰프. 사진 김성현   건강 체질과는 거리가 멀어 화학조미료나 인공첨가물에 누구보다 몸이 먼저 반응한다는 그는 ‘나처럼 몸이 약하고 예민한 사람이 먹어도 탈이 나지 않는 속이 편안한 음식을 만들자’라는 다짐을 베카프리미엄델리샵의 운영 모토로 삼고 있다. 실제로 병원 환자들이나 건강이 좋지 않은 이들이 이곳의 샌드위치를 즐겨 찾고 감사 편지를 보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아이가 희소병을 앓고 있는데 먹을 수 있을 만한 메뉴가 있냐는 문의가 왔었어요. 마침 여유가 있을 때라 인터넷으로 관련 정보를 찾아가며 그 아이에게 맞춰서 화학조미료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음식을 만들어서 보냈어요. ‘음식을 먹고 너무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라는 후기를 보내주셨는데 그때 정말 펑펑 울었어요.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무엇보다 건강한 음식을 목표로 하지만 맛의 밸런스 역시 놓치지 않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특히 샌드위치는 고기부터 야채, 탄수화물까지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는 만큼 그는 향, 산도, 식감, 지방감 등 각 재료가 만나 빚어내는 맛의 조합을 가장 중요시한다고 강조했다.   소박해 보일지라도 안전하고 건강한 음식, 누가 먹어도 속이 편안하고 든든한 음식을 만드는 것이 현재 셰프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지향점이라고 황셰프는 말한다. 두 개의 빵 사이에 사용할 수 있는 재료와 조합에 따라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는 그는 한국의 문화는 물론, 샌드위치를 통해 세계 여행을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새로운 메뉴도 꾸준히 선보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AT   베카프리미엄델리샙의 모든 샌드위치는 주문 즉시 그릴링해 따뜻하게 제공된다. 사진 김성현   ‘베카프리미엄델리샵’은 세 가지의 프리미엄 라인과 두 가지의 기본 라인, 총 다섯 가지의 샌드위치를 선보이고 있다. 이 중 압도적으로 많은 인기와 재주문율을 자랑하는 것은 ‘파슬리 치킨 샌드위치’라고. 호밀빵 사이에 닭가슴살, 볶은 버섯과 체다치즈, 토마토와 루콜라가 들어간 이 메뉴의 진짜 매력은 ‘파슬리 아이올리 소스’다. 지중해를 대표하는 소스인 아이올리에 파슬리를 더해 독특한 풍미를 끌어올린 것이 특징이다.     파슬리 아이올리 역시 황 셰프가 노마에서 근무하던 당시 굴과 파슬리를 갈아 마요네즈처럼 활용하던 조리법에서 영감을 얻어 개발한 소스다. 파슬리의 산지와 조리법에 따라 그 풍미가 확연히 달라지는 만큼 황 셰프는 닭고기에 잘 어울리는 조합을 고민하다 파슬리를 데쳐서 사용했다고. 그는 파슬리가 품은 은은한 바다향과 풀 내음 등이 닭고기의 지방을 한층 더 맛있게 만들어 준다고 설명했다.     식감의 재미를 더하는 버섯 볶음과 소량의 트러플 오일은 코끝을 맴돌며 고급스러운 뉘앙스를 더하고 삼키는 순간까지 먹는 재미를 놓치지 않게 해준다. 여기에 토마토로 상큼함을, 루콜라로 쌉싸름함을 더해 그야말로 샌드위치는 빈틈없이 꽉 찬 맛의 균형감을 보여준다. 무엇 하나 뾰족하거나 눈에 띄게 튀기보다는 각 재료가 제 몫을 다하며 점잖게 조화를 이루는 모양새다.   퀄리티 유지를 위해 하루에 단 9개만 판매하는 스모크드 제주 흑돼지 샌드위치. 사진 김성현   하루에 단 9개만 판매하는 ‘스모크드 제주 흑돼지 샌드위치’ 역시 단골들만 아는 비밀 메뉴다. 겉은 마치 튀김처럼 빠삭하지만 속은 폭신폭신 부드러운 바게트 사이에 황 셰프가 직접 훈연한 제주 흑돼지가 듬뿍 올라가는 것이 핵심이다. 이 역시 노마에서 요리하며 북유럽 특유의 훈연 재료들을 떠올리며 만들었다고. 셰프가 매일 직접 훈연해 고기에서 어디서도 쉽게 맛볼 수 없는 스모키한 뉘앙스가 강렬하게 느껴진다. 덕분에 지방이 많은 부위를 사용해도 느끼함보다는 기분 좋은 구수함과 포만감이 먼저 다가온다. 여기에 양파 피클과 루꼴라가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고기와 어울려 한 차례 균형감을 맞추고, 할라피뇨가 작지만 강력하게 제 역할을 해내며 은은하게 매콤한 맛으로 마지막 밸런스를 완성한다.       이외에도 계절을 고려해 특정 기간에만 선보이거나 셰프가 창의성을 발휘해 기간 한정으로 선보이는 메뉴가 있으니, 운이 좋다면 샌드위치 외에 다른 음식도 맛볼 수 있다. 현재 선보이고 있는 라자냐 역시 베카에서 샌드위치만큼이나 뜨거운 인기를 자랑하는 히든 메뉴다. 잘게 간 소고기가 듬뿍 들어가 포만감이 가득 느껴지는 것은 물론 당근으로 단맛을 뽑아낸 진한 토마토소스는 입 안에서 끊임없이 감칠맛을 터뜨린다. 여기에 베샤멜 소스에는 잘게 자른 대파를 넣어 기존 라자냐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식감과 풍미를 더 했다. 재료 손질부터 완성까지 최소 3~4일이 걸릴 정도로 손이 많이 가는 메뉴인 만큼, 라자냐가 메뉴판에 보인다는 무조건 먹어볼 것을 추천한다.   김성현 cooking@joongang.co.kr     관련기사 “230년 전통 장어덮밥 맛 그대로" 부산에서 맛보는 작은 도쿄 [쿠킹] '흑돼지 발골쇼'…예약 대기만 1년, 6시간 먹는 맛집의 비밀 [쿠킹] '초코덕후'도 마음 놓고 드세요…밀가루 빠진 초콜릿 케이크 [쿠킹] 간장으로 감칠맛 더한 카레와 쫄깃한 우동의 만남 [쿠킹]

    2023.12.02 08:00

  • “230년 전통 장어덮밥 맛 그대로" 부산에서 맛보는 작은 도쿄 [쿠킹]

    “230년 전통 장어덮밥 맛 그대로" 부산에서 맛보는 작은 도쿄 [쿠킹]

    한 끼 식사를 위해서 몇 달을 기다려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한 식당을 예약하기 위해 800통이 넘는 전화를 걸고, 10개월이 넘는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누구보다 먹고 마시는 것에 진심인 푸드 콘텐트 에디터 김성현의 〈Find 다이닝〉을 시작합니다. 혀끝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다이닝을 찾는(Find), 그가 추천하는 괜찮은(Fine) 식당을 소개할게요. 읽기만 해도 배가 부를 정도로 생생하고 맛있게 쓰여진 맛집을 만나보세요.    김성현의 Find 다이닝 ⑮ 동경밥상   “살이 꽉 들어찬 장어와 알알이 살아있는 쌀밥, 몸과 마음을 채우는 든든한 한 상”   233년 전통 도쿄 장어 맛집 쥬바코의 맛을 그대로 재현하는 '동경밥상'. 사진 김성현   “그저 ‘진짜’를 보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일본에 갔죠. 연고지는커녕 지인도 없었어요. 일하고 싶었던 식당에 찾아가 식사를 마친 후 사장님 앞에서 무릎을 꿇고 받아달라고 청했어요. 3일의 시간을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배움에 대한 절박함과 진심을 담은 용기 덕분이었을까. 김태우(38) 셰프는 하루 만에 ‘일하러 오라’는 연락을 받는다. 그렇게 그는 8대째 가문을 이어 일본 최고의 장어 전문점으로 불리는 쥬바코의 일원이 된다.   도쿄 아카사카에 위치한 쥬바코는 1790년 문을 연 이후 233년간 일본 내에서도 정상의 자리를 놓친 적이 없는 ‘장어 맛집’으로 통한다. 특히 음식이 식는 것을 막고 온도를 유지하고자 상자 안에 장어를 담아 서빙한 역사가 시작된 곳. 일본에서는 이 상자의 이름 자체가 가게 이름과 같은 ‘쥬바코’로 불릴 정도로 이곳은 전통과 근본으로 통한다.   김태우 셰프가 고향인 부산으로 돌아와 ‘동경밥상’의 문을 연 것은 지난 2018년 10월. 쥬바코에서 배운 동경식 민물 장어덮밥 ‘우나쥬’를 전면에 내세운 그는 이제 장어덮밥이라는 메뉴 하나로 지역 주민부터 외지인까지, 모두의 입맛을 사로잡는 데 성공하며 손님상에 하루 최대 200마리의 장어를 내어놓는다. 장어덮밥 계의 살아있는 역사로 불리는 쥬바코에서의 소중한 경험, 그가 본토에서 배운 비법과 비밀은 무엇일까?   “대단한 비법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어요. 쥬바코에서 장어를 구울 때 바르는 양념 소스는 물 없이 간장과 미림만 들어갑니다. 단순하고 특별한 것이 전혀 없죠. 장어는 생물이기 때문에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서 다릅니다. 살이 부드러우면 6~8분을, 단단하면 15분까지 찌는 경우도 있습니다. 초벌 한 뒤 찌고 다시 한번 굽는 것이 전부입니다.”   양념에도, 장어에도, 굽기에도 특출 난 비법은 없다지만 영업시간 내내 주방의 뜨거운 숯 앞자리는 언제나 그의 몫이다. 쉴 새 없이 부채를 휘두르며 불과 싸워 손수 굽기를 조절하는 김 셰프는 요리사이자 관리자로서 늘 주방을 지키는 것이 그저 기본이자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마법의 소스나 특별한 재료 대신 정성과 내공으로 무장해 음식에 혼을 담는 것이 손님들의 발걸음을 이끄는 ‘동경밥상’의 가장 큰 비밀처럼 느껴졌다.   EAT 동경밥상의 장어덮밥은 특별한 재료 대신 정성과 내공으로 맛을 낸다. 사진 김성현   동경밥상의 장어덮밥은 김태우 셰프가 수련한 쥬바코의 정통 조리 방식을 그대로 구현한다. 요리는 최상의 장어를 선별하여 초벌로 한 번 굽는 것에서 시작된다. 초벌한 장어는 한 번 찐 뒤 다시 숯에서 재벌 한다. 굽고 찌고 다시 한번 굽는 과정을 겪으며 장어 깊은 곳에 담긴 기름기까지 녹아 살코기에 스며들고 풍미는 자연스레 한층 더 두터워진다.     한 번 쪄낸 덕분인지 장어 특유의 쫄깃함이 살아있고, 입에 넣는 순간 탱글탱글하게 속이 꽉 찬 장어가 기분 좋은 포만감을 안겨준다. 여기에 씹는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부드러움으로 바뀌며 사르르 녹아 사라지는 매력적인 식감 또한 훌륭하다. 익숙하게 즐겨온 장어구이의 바삭바삭한 느낌보다도 새롭기 때문에 장어덮밥이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먹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다.     특히 장어 특유의 누린내나 비릿한 향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 역시 동경밥상의 가장 큰 강점이다. 숯 위에서 섬세하게 구워진 덕분에 은은한 숯 향과 고소하고 기름진 장어의 향기가 군침을 자극한다. 여기에 자극적이지 않고 은은한 풍미의 양념은 감칠맛과 짭짤함을 더해 흰 쌀밥과 최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장어덮밥에서 장어만큼 중요한 ‘밥’ 역시 동경밥상의 자랑이다. ‘밥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밥’이라고 생각한다는 김태우 셰프의 말처럼 그는 늘 손님에게 갓 지은 밥을 제공하며 온도감이 높은 한 상 차림을 제공한다. 장어 아래 깔린 밥은 눅눅함 없이 윤기를 띄며, 밥알 하나하나가 살아있어 장어를 한층 더 빛나게 만드는 역할을 해낸다.       함께 제공되는 산초가루나 와사비(고추냉이)와 파 등을 곁들여 먹으며 자신만의 취향을 찾아가는 과정도 즐겁다. 기호에 맞게 산초가루를 활용하면 기름기를 머금어 자칫 느끼하게 다가올 수 있는 장어를 한층 더 깔끔하게 즐길 수도 있다.   김성현 cooking@joongang.co.kr   관련기사 오븐 없어도 괜찮은 가을 디저트…상큼달콤한 케이크 바 [쿠킹] 가을 반찬 고민? 제철 표고버섯과 새송이만 있으면 해결 [쿠킹] 제철 꽃게로 즐기는 홍콩식 게 요리, 마늘버터 꽃게볶음 [쿠킹] 주말 브런치 '프렌치토스트'...카페처럼 황금색 겉바속촉 성공하려면 [쿠킹]

    2023.11.04 08:00

  • 명절 기름진 음식 질렸다면…추석 연휴 문 여는 맛집 어디 [쿠킹]

    명절 기름진 음식 질렸다면…추석 연휴 문 여는 맛집 어디 [쿠킹]

    올 추석은 주말과 대체휴일까지 포함해, 엿새의 휴일이 이어진다. 모처럼 주어진 긴 연휴,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않았어도 괜찮다. '맛집 탐방'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추석 당일(29)을 비롯해 연휴 기간 문 여는 레스토랑이 많다. 분위기와 맛 모두 훌륭한 비건 레스토랑부터 평소 줄 서야 입장이 가능한 고깃집, 명절의 기름진 음식을 잊게 해줄 강렬한 매운맛 맛집 등 종류도 다양하다.    오감을 만족하는 미식 탐방 비건 다이닝 '포리스트 키친'의 가을 메뉴. 사진 농심 명절 음식이나, 매일 먹는 밥과 국 등 한식이 식상하다면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파인다이닝은 어떨까. 전 세계적으로 주요 트렌드로 자리한 비건 요리를 맛보고 싶다면 ‘포리스트 키친(Forest kitchen)’이 있다. 비건 다이닝(채식 레스토랑)을 내세운 이곳은 채식 메뉴를 코스로 제공한다. 오픈 3개월 만에 채식 레스토랑 중 유일하게, 서울시가 발표한 2022 테이스트오브서울에 선정되기도 했다. 계절마다 새로운 코스를 선보이는데 현재 가을을 주제로 한 메뉴들을 선보이고 있다. 따라서 추석 연휴 동안엔 녹색채소미르푸아, 아스파라거스, 참나물, 파프리카, 가지&버섯 등의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잠실 롯데월드몰에 자리하고 있으며, 추석 연휴 동안 매일 문을 연다.     중식의 대가 여경래 셰프의 중식당 '홍보각'. 사진 홍보각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요리라면, 중식을 빼놓을 수 없다.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도 만족할 만한 곳이 있다. 바로 중식의 대가 여경래 셰프가 기본에 충실한, 정통 중국 요리를 선보이는 ‘홍보각’이다. 지난 5월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으로 이전했다. 대표적인 보양식인 불도장과 셰프들이 극찬한 양갈비 등이 대표 메뉴다. 28·29일은 쉬고, 9월 30일부터 정상 영업한다.    정통 한식을 선보이는 '수운'의 금태솥밥. 사진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정통 한식이 맛보고 싶다면 이번 연휴 기간 내내 문을 여는 '수운'이 있다.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정통 한식을 선보이는데, 가을엔 알이 찬 암게에 십여 가지 재료를 넣고 달여낸 맛간장으로 만든 간장 게장과 금태를 얹은 고소한 솥밥, 자가 제면한 메밀면과 냉면 등을 맛볼 수 있다.      안다즈 서울 강남 2층에 자리한 조각보 레스토랑 '씨푸드 그릴'의 지중해식 라이스볼. 사진 안다즈 평소 자주 접하는 강렬한 음식에 지쳐, 연휴만큼은 건강한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지중해 요리는 어떨까. 안다즈 서울 강남 2층에 있는 조각보 레스토랑 ‘씨푸드 그릴’에서 판매하는 지중해식 라이스볼은 현미 위에 신선한 해산물 또는 육류를 얹어낸다. 육수를 넣고 지은 현미의 맛과 그릴에서 구워낸 연어·도미·대하·닭고기 등의 풍미가 잘 어우러져, 건강과 맛 모두 만족할 만하다. 코스에는 지중해식 후무스나 디저트 등이 포함돼 있다. 연휴 내내 문을 연다.    맥주·전통주·칵테일, 취향 따라 선택!  오비맥주가 전국에서 진행하는 팝업 매장 '스무스 하우스'. 사진 오비맥주 모처럼 가족과 친구를 만나는 연휴에 빠지면 왠지 서운한 게 술이다. 시원한 맥주를 좋아하는 맥주파라면 ‘스무스 하우스’를 추천한다. 스무스 하우스는 특정 매장의 이름이 아닌, 오비맥주의 한맥만의 부드러운 거품이 가진 매력을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든 팝업 매장이다. 한맥의 부드러운 목 넘김과 거품을 제대로 맛볼 수 있도록, 마스터가 전용 잔에 한맥을 따라 제공한다. 9월 현재, 서울 강남구의 이자카야 ‘심야식당 모모’, 인천 송도의 ‘신쥬’, 광주 동구 물결, 부산 부산진구의 요서무라 등 4곳이 운영 중이다. 각 업장에서는 한맥과 어울리는 시그니처 메뉴를 활용한 특별 세트 메뉴도 판매중이다. 심야식당 모모는 연중무휴, 신쥬는 10월 2일만 문을 닫는다.    명동 호텔28에 있는 '부두 비스트로테크'에서는 전통주로 만든 칵테일과 이탈리안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사진 부두 비스트로테크 사진 각 업체 민족 고유의 명절인 만큼 전통주도, 가을과 어울리는 와인도 즐기고 싶다면 레스토랑 ‘부두비스트로테크’가 제격이다. 레스토랑이 위치한 서울 명동의 호텔28이 영화를 테마로 한 곳이라는 특성을 살려, 전통주 중에서도 증류주만을 활용해 영화 속에 나오는 칵테일을 선보인다. 여기에 미쉐린 레스토랑 출신의 셰프 페테리코의 파스트라미 감자 와플, 라자냐, 뇨끼 등의 요리도 인기다. 연휴 내내 문을 연다.     감정의 터치를 주제로 선보이는 티 칵테일. 사진 포지티브 서울숲점 특별한 술을 맛보고 싶다면 ‘포지티브 서울숲점’에 가보길. 차와 알코올을 절묘하게 섞은, 흥미로운 술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27일부터 ‘감정의 터치’를 테마로 자신감·두려움·호기심·기쁨·감동·사랑 등 6종의 티 칵테일을 선보여 특별한 경험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추석 전날(28일)과 당일(29일)만 쉰다.     육즙이 살아있는 고기 맛집  추석에 문 여는 식당. 사진 각 업체 육즙이 흐르는 고기를 입 안에 넣는 순간, 행복해진다면 역시 고기다. 그럼 돼지고기부터 시작해볼까. 2019년부터 매년 미쉐린 가이드 서울의 빕그루망에 오를 만큼, 이젠 대표적인 돼지고기 맛집으로 자리한 금돼지식당은 연휴 내내 문을 연다. 갈빗대에 붙은 쫄깃한 식감의 고기까지 맛볼 수 있는 본삼겹부터 얇게 썰어 나오는 고소한 눈꽃목살, 마블링이 눈꽃처럼 나오는 눈꽃목살까지 다양한 부위를 맛볼 수 있다. 특히 바질을 함께 주문해 싸 먹으면 계속 추가 주문을 외치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김치찌개와 껍데기도 이곳만의 별미로 꼽힌다.  명인등심. 사진 명인등심 소고기를 좋아한다면 ‘명인등심’은 어떨까. ‘한우 특등심이 좋은 집’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2009년 청담동에 문을 연 명인등심은 경북 안동의 대형목장에서 1++한우를 직거래로 공급받아, 일정한 육질의 고기를 맛볼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직영으로 서울 압구정, 삼성, 마포점을 운영 중이며 추석 당일(29일)을 제외하고 정상 운영한다.     연휴에도 포기할 수 없는 빵·디저트 강남역 뒷골목에 새로 문을 연 '호랑가시 강남점'은 식사 빵부터 요즘 인기있는 빵을 만날 수 있다. 사진 호랑가시 밥도, 면도 좋지만 긴~ 연휴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 ‘빵’이다. 갓 구워나온 빵을 커피와 함께 마셔도, 포장해 와서 연휴 동안 간식처럼 즐겨도 좋으니, 빵 맛집을 찾아가는 빵지순례하기에는 최고다. 새로운 맛집을 찾는다면 지난달 문을 연 ‘호랑가시 강남점'을 추천한다. 사워도우 치아바타와 식빵 같은 식사 빵부터 사라다 도나스, 대파 크림치즈 소금빵, 크룽지 등 최근 인기인 빵까지 다양한 빵을 만날 수 있다. 게다가 커피부터 꽃차까지 음료의 종류도 다양하다. 주거용으로 사용했던 건물 특유의 작은 방과 옹벽, 나무 계단을 따뜻하고 아늑한 느낌의 인테리어도 이곳만의 특징이다. 추석 전날(28일)만 쉬고, 남은 닷새는 문을 연다.     도너츠 열풍을 이끈 ‘카페노티드’도 명절 연휴에 가볼 만한 빵집이다. 대부분 매장이 추석 전날과 당일에만 문을 닫는다(압구정 갤러리아점은 29·30일 휴무). 노릇하게 튀겨낸 빵에 바닐라, 얼그레이, 쑥 등 갖가지 맛의 크림을 채워 취향에 따라 골라 먹을 수 있다. 도너츠 외에도 케이크, 크로플, 피칸파이 등 다양한 디저트가 준비돼 있다.     SNS인증샷 남기고 싶다면 핫플레이스   을지로의 핫플레이스 '올디스타코'. 사진 김성현 인스타그램에 하루에도 몇번씩 인증샷이 올라오는 맛집을 보며 부러워만했다면 역시 추석 연휴를 잘 활용해야 한다. 영업시간 전부터 길게 줄이 늘어서며, 오픈런이 일상인 핫플‘올디스타코’는 추석 당일(29일)을 제외하고 매일 문을 연다. 쫄깃한 토르티야 속을 결대로 찢은 양지로 채운 시그니처 메뉴 ‘올디스타코’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육즙과 수프로 촉촉한 ‘비리아 타코’와 함께 을지로3가역을 힙플레이스로 만든 특유의 분위기도 느껴보길.     들기름막국수를 맛보러 전국에서 사람들이 찾아오는 고기리막국수. 중앙포토 1~2시간 대기는 기본으로, 들기름막국수 열풍을 일으킨 용신시 수지구에 자리한 ‘고기리막국수’는 추석 당일(29일)과 본래 정기휴무일인 화요일(10월3일)을 제외한 나흘은 정상 영업한다. 고소한 들기름막국수 외에도 메밀면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물막국수와 양념비빔막국수, 담백한 수육도 인기다. 한그릇을 다 비운 후, 추가 막국수를 주문하면 온전히 새 메뉴를 반값에 내주는 후한 인심도 이곳만의 매력이다.    몰테베네에서는 이탈리안 요리인 고메피자와 파스타, 오르조또를 맛볼 수 있다. 사진 몰토베네 이탈리안 요리를 좋아한다면 합정에 있는 ‘몰토베네’를 추천한다. 도우를 굽고 토핑을 얹어낸 이곳만의 피자는 도우의 바삭하고 쫄깃한 식감과 토핑 재료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여기에 보리로 만든 리소토인 오르조또와 파스타는 이탈리아 현지가 부럽지 않은 맛이다. 추석 연휴 내내 문을 연다.     명절의 기름진 속을 달래줄 마라를 맛볼 수 있는 라라관. 사진 라라관 명절 연휴, 특유의 기름진 음식이 질려갈 때 필요한 게 바로 ‘매운맛’이다. 부산에 이어, 서울 광진구 자양동까지 진출한 ‘라라관’의 마라훠궈전골과 마파두부 특유의 얼얼하게 매운맛이라면, 기름진 속을 깔끔하게 씻어줄 것이다. 게다가 서울·부산 2곳의 매장 모두 연휴 내내 문을 여니, 금상첨화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관련기사 추석 요리노동 줄이는 간편 추석 상차림 비법 [쿠킹] 막걸리 어디까지 마셔봤니…전문가·소비자가 함께 뽑은 1위는 ‘이것’[쿠킹] 엔데믹 이후 달라진 명절 문화…올 추석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은 [쿠킹] '흑돼지 발골쇼'…예약 대기만 1년, 6시간 먹는 맛집의 비밀 [쿠킹]    

    2023.09.27 10:00

  • '흑돼지 발골쇼'…예약 대기만 1년, 6시간 먹는 맛집의 비밀 [쿠킹]

    '흑돼지 발골쇼'…예약 대기만 1년, 6시간 먹는 맛집의 비밀 [쿠킹]

    한 끼 식사를 위해서 몇 달을 기다려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한 식당을 예약하기 위해 800통이 넘는 전화를 걸고, 10개월이 넘는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누구보다 먹고 마시는 것에 진심인 푸드 콘텐트 에디터 김성현의 〈Find 다이닝〉을 시작합니다. 혀끝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다이닝을 찾는(Find), 그가 추천하는 괜찮은(Fine) 식당을 소개할게요. 읽기만 해도 배가 부를 정도로 생생하고 맛있게 쓰여진 맛집을 만나보세요.   김성현의 Find 다이닝 ⑭ 혼고기 “식사를 넘어선 하나의 체험, 6시간 동안 보고, 듣고, 맛보는 돼지의 모든 것”    부드러운 식감과 풍부한 육즙이 인상적인 혼고기의 아랫등심. 사진 김성현 STORY   일주일 중 문을 여는 날은 단 3일, 좌석은 4개뿐이다. 이미 1년 치 예약이 모두 끝난 돼지고기 전문점 ‘혼고기’ 말이다. 미식가부터 전문가까지, 맛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보고 싶은 공간, 가야만 하는 공간으로 불리는 이곳의 평균 식사 시간은 최소 5~6시간이다.    마치 오페라나 발레처럼 식사 중간 휴식 시간인 ‘인터미션’까지 갖는 혼고기의 장대한 시작은 제주도에서 직접 공수된 신선한 흑돼지가 손님들 눈앞에서 발골되는 것으로 출발한다. 뼈를 제거한 후에는 즉석에서 정형을 통해 각 부위가 정교하고 섬세하게 손질된다. 이렇게 약 20가지 정도로 세분된 고기는 근육의 형태와 지방의 구조까지 고려하며 정성스럽게 구워진다.   “추운 지방의 돼지는 마블링이 더욱 강하고 빵(두께)도 두껍죠. 피하지방과 근내지방은 그 식감과 풍미도 달라요. 부위는 물론이고 굽는 방법에 따라 맛이 다르기 때문에 본연의 맛을 살려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해야해요.”     부위에 따른 고기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는 구교혁 대표. 사진 김성현 식사 내내 구교혁(29) 대표의 손과 입은 바쁘게 움직인다. 각 부위를 설명할 때 자신의 온몸을 이용하며 ‘명강의’를 펼친다. 덕분에 이곳을 찾는 이들은 돼지고기에 대한 탐구와 함께 자연스레 자신만의 취향을 찾게 된다. 혼고기가 문을 연 것은 지난 2021년 10월. 어린 시절부터 육가공 회사를 운영하는 아버지의 가까이에서 늘 고기와 함께 하던 그는 24살에 정식으로 회사에 들어가 일을 시작했다.    단순히 납품하는 것을 넘어 업장들과 소통하고 상호 작용하며 상생하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생생한 배움을 얻은 그는 새로운 목표를 꿈꿨다. 정육인으로서의 경험을 업장과 공유하며 각 업장의 환경과 상황에 맞는 완벽한 고기를 납품하겠다는 것. 그렇게 구 대표는 독립하여 유통과 고기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자신만의 새로운 공간을 만들었다. 지독할 정도로 디테일과 품질에 집착해온 덕분에, 솔밤, 온지음, 에빗, 주은 등 미쉐린 가이드에 오른 유명 레스토랑은 물론이고 전국 각지의 수많은 업장에 고기를 납품하고 있다. 특히 각 업장의 음식 코스와 특징 등을 고려해 그에 맞는 부위와 조리법까지 추천하는 그의 내공은 이미 업계에 정평이 나 있다.    특히 올해 발표된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에서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꼽힌 페루 센트럴(Central)의 셰프들은 혼고기에서의 시간을 ‘전 세계에서 먹어본 최고의 식사’였다며 자신들의 SNS에 혼고기를 극찬했다. 또한 미쉐린 가이드에 오른 뉴욕의 유명 바비큐 레스토랑 꽃(COTE)의 셰프들 역시 혼고기를 찾아 엄지를 치켜들었다.     이미 대체 불가능한 독보적인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는 혼고기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구교혁 대표는 고기에 대한 대중의 취향이 다양해지는 것을 넘어 한국 식문화의 저변이 확대되길 바란다.     “맛을 보는 순간 감탄사가 딱 나오면서 정신이 몽롱해질 정도로 맛있는 고기들이 있어요. 이런 맛이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어떤 고기를 어떻게 구워야 맛있는지 알게 된다면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 먹을 수 있을 테고 자연스레 식문화 또한 한층 다양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내를 넘어 전 세계 유수의 셰프들의 극찬을 끌어낸 혼고기의 안심. 사진 김성현 현재 제주도 흑돼지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그는 오는 10월부터 지구상에 단 한 종뿐인 우리나라 고유의 ‘재래돼지’를 활용한 새로운 코스를 준비 중이다. 일제강점기 때 사라졌다 복원된 재래돼지는 성장이 느리고 번식양도 적어 일반 백돼지에 비해 최소 3배가량 가격이 높다. 뛰어난 맛에도 불구하고 시장 경쟁에서 밀려난 이유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쉽지 않은 길이지만 구 대표는 “누군가는 그 값진 가치를 알려야 한다”라며 다시 한번 전에 없던 도전을 예고했다.     EAT 돼지고기의 부위별 맛을 즐길 수 있는 혼고기. 사진 김성현 수의학을 연상케 할 정도로 세분화된 부위를 다양하게 경험하며 자신만의 취향을 찾아갈 수 있다는 것이 ‘혼고기’의 장점이지만, 무엇보다 이곳의 가장 큰 무기는 구교혁 대표의 굽는 기술에 있다. 품종이나 부위에 따라서 단백질, 지방, 수분의 밀도, 육즙의 성질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그는 모든 한 점 한 점에 혼을 담아 구워낸다.     특히 손님에게 선보이는 부위가 달라질 때마다, 손을 닦고 잘게 손질해 놓은 해당 부위를 만지는 독특한 풍경을 확인할 수 있다. 부위마다 풍미와 육즙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새로운 부위를 잡기 전 손에 남아 있을지 모르는 전 부위의 흔적을 지우는 과정이다. 구 대표는 “고기를 굽다 보면 매우 많은 기름과 육즙이 손에 함께 묻는데, 다른 부위를 맛보는 데 영향 주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이런 방식을 도입했다. 마스터피스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고 웃어 보였다.    또한 지방은 익히고 육즙은 살려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그는 열이 투과하는 정도와 방법까지 고려해 고기를 구워낸다. 때로는 힘을 빼고 깨질 듯이 고기를 다루지만, 터프하고 재빠르게 구워낼 때도 있다. 아랫등심의 경우 섬유질 특유의 씹는 식감을 살리고, 동맥이 지나가는 토시살은 피의 향이 지나치지 않도록 굽는다. 수분이 잘 빠지는 안심을 조리할 때는 수분을 보존하고 맛을 극대화하기 위해 소금을 섞은 육즙을 부어 삼투압 현상을 활용하기도 한다.    한 조각에서 다섯가지 굽기를 구현한 혼고기의 오겹살. 사진 김성현 고기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자르기 직전까지 고기를 만지며 레스팅의 정도를 느끼며 상황에 맞게 판단하며 고기를 완벽하게 굽는 그의 실력은 경이로울 정도다. 특히 레어, 미디움레어, 미디움, 미디움웰던, 웰던까지 미세하게 다른 다섯 가지 굽기를 한 점 안에 모두 담아낸 오겹살은 구 대표의 집념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기름은 온전히 모두 구워내고 껍데기는 완전히 시어링이 되지 않도록 조절하며 지방은 최대한 파괴했다는 오겹살은 한 점 자체로 놀라운 감동을 선사한다.     세계 유명 세프들이 극찬한 안심 역시 일품이다. 먹는 순간 부드러운 식감과 더불어 씹는 순간 풍부한 수분과 터져 나오는 깊이 있는 육향의 향연은 지금까지 맛보았던 돼지고기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새로운 경험을 안긴다. 여기에 화룡점정으로 올라가는 녹후추는 그 어떤 레스토랑에서 선보이는 음식보다도 풍부한 맛과 완벽한 밸런스로 원물이 가진 힘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이외에도 미묘하게 다른 식감과 육향을 느낄 수 있도록 다섯 가지로 세분화 된 목살이나, 살코기와 지방, 껍데기까지 고기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의 장점을 명확하게 살려낸 첫 줄 삼겹 아랫살 등 역시 돼지고기가 지닌 궁극의 풍미를 자랑한다.     김성현 cooking@joongang.co.kr   관련기사 한우 총집결하는 마장동…그 중 미식가 '비밀 아지트'는 이곳 [쿠킹] 그곳엔 오픈런이 일상…을지로3가역 8번 출구 '특별한 냄새' [쿠킹] 스시각 1도만 달라도 안 나간다…서울 온 日미쉐린 3스타 출신 [쿠킹] [쿠킹] 오픈 2년 만에 미쉐린 별 받은 비결은

    2023.09.15 09:00

  • 한우 총집결하는 마장동…그 중 미식가 '비밀 아지트'는 이곳 [쿠킹]

    한우 총집결하는 마장동…그 중 미식가 '비밀 아지트'는 이곳 [쿠킹]

    한 끼 식사를 위해서 몇 달을 기다려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한 식당을 예약하기 위해 800통이 넘는 전화를 걸고, 10개월이 넘는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누구보다 먹고 마시는 것에 진심인 푸드 콘텐트 에디터 김성현의 〈Find 다이닝〉을 시작합니다. 혀끝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다이닝을 찾는(Find), 그가 추천하는 괜찮은(Fine) 식당을 소개할게요. 읽기만 해도 배가 부를 정도로 생생하고 맛있게 쓰여진 맛집을 만나보세요.   김성현의 Find 다이닝 ⑬ 한우드림   “50일 숙성 한우가 주는 농익은 풍미, 꿈에도 잊을 수 없다” 한우드림의 숙성 채끝살. 사진 김성현   STORY   대한민국에서 가장 맛있고 질 좋은 한우가 총집결한다는 서울시 성동구 마장동. 미식가와 식도락을 가리지 않고 ‘고기 좀 먹는다’는 이들 사이에서 유명한 비밀 아지트가 있다. 알음알음 지인의 소개와 초대로만 갈 수 있는 그곳은 한우 전문 육가공업체 ‘한우드림’이다. 직접 경매에 나서 낙찰받는 소만 하루 평균 10마리로, 이후 발골과 정형을 거쳐 숙성과 유통까지 한 번에 이뤄진다. 그야말로 한우의 시작과 끝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장소다. 2017년 6월 ‘한우드림’의 문을 연 강동윤(37) 대표는 오픈 초기부터 가게 뒤 창고에서 지인들과 함께 고기를 구워 먹기 시작했다.     한우드림의 강동윤 대표. 사진 김성현 “어렸을 때부터 고기를 가장 좋아했어요. 25살에 육가공 회사에 취직해서 10개월 동안 허드렛일만 하다 처음 칼을 잡게 됐죠. 그리고 한우에만 매달렸어요. 좋은 사람들과 함께 고기를 먹는 것도, 같이 먹을 고기를 맛있게 숙성하는 것도 모두 제가 좋아서 시작했어요.”   식당을 비롯해 마트와 정육점 등 이미 수많은 업체에 고기를 납품하던 ‘한우드림’이 식도락들 사이에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타기 시작한 것은 2018년에서 2019년 사이. 마치 서울 근교에 놀러 온 듯 옹기종기 창고에 둘러앉아, 최소 30일에서 길게는 5개월까지 숙성한 특별한 고기를 부위 별로 양껏 구워 먹는 특별한 경험에 많은 이들이 열광했다.     실제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한우드림’ 관련 게시물이 10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크게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의 한계가 명확했기에 ‘한우드림’은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곳으로 불리곤 했다. 빗발치는 문의 속에서 강 대표는 결국 정식 가게를 오픈하기로 마음먹고, 지난 7월 1일 매장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한우드림’의 이름을 건 식당을 열었다.      도축을 제외하고 고기와 관련된 모든 것이 강 대표의 진두지휘 아래 진행되는 만큼, 최소 5가지에서 많게는 8가지까지 매일매일 다른 부위를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등심·안심·채끝·차돌박이는 고정적으로 준비하되, 시장 상황에 따라 새우살·알등심·등심덧살·윗등심·살치살 등의 부위를 골고루 제공한다. 운이 좋다면 우설이나 안창살 등 귀한 부위를 만나볼 수도 있다.     숙성한 아래등심. 사진 김성현 여타 소고깃집이나 한우 오마카세 등과 다른 ‘한우드림’의 가장 큰 무기는 모든 부위를 숙성된 상태로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강 대표가 손님상에 선보이는 고기는 어떤 부위든 50일간의 웻에이징 숙성을 거친다. 5년 넘게 다양한 숙성 방법과 숙성 기간에 따른 차이를 연구한 덕분에 그의 손을 거친 고기는 새로운 맛으로 변화한다. 한우드림의 고기가 연하면서도 녹진하고 진한 풍미를 뿜어내는 비결이다. 갓 잡은 한우가 달큰한 맛을 낸다면, 숙성된 한우는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고소함의 레이어를 갖췄다. 쉽게 맛볼 수 없는 독보적인 풍미와 식감에 육고기 마니아들이 열광하는 이유다.    EAT ‘한우드림’의 큰 무기는 앞서 얘기했듯 ‘숙성’에 있다. 숱한 훈련으로 고기를 자유자재로 가지고 노는 강동윤 대표의 감각적이고 섬세한 손길은 한우가 지닌 잠재력과 강점을 극대화 시킨다. 오랜 시간 숙성을 거친 한우는 육향이 품고 있는 본연의 풍미를 뛰어넘어 농익은 향이 특징이다. 마치 블루치즈처럼 진한 우유와 고소한 향이 터지며 씹는 순간 눈 녹듯 사라진다. 여기에 소금이나 와사비를 곁들이면 100%의 음식이 200%의 맛을 폭발하는 마법 같은 경험을 하게 되기도 한다. 특히 알싸하면서도 달큰한 생와사비와 깊은 육향과 치즈향을 동시에 지닌 고기의 만남은 상보적인 역할 속에서 놀라운 시너지를 선보인다. 고기 한 점이 지니고 있는 감칠맛의 가능성을 몸소 만나볼 수 있는 순간이다.     숙성한 안심을 굽고 있는 모습. 사진 김성현 “음식이라는 것이 그렇지만 고기 역시 부위나 숙성, 또는 굽는 정도 모두가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달라요. 저는 식감과 풍미 때문에 개인적으로 안심을 가장 좋아하는데, 안심은 숙성하게 되면 한층 쫀쫀한 식감을 갖게 되죠. 채끝은 굽는 기술이 중요한데 안심보다 근육 조직이 굵고 길기 때문에 오래 구우면 거칠어집니다. 잘 구운 채끝은 구름처럼 폭신폭신한 식감에 터져 나오는 육즙을 맛볼 수 있어요.”     식사 내내 끊임없이 새롭게 나오는 부위에 대한 특징과 설명을 물으면, 강 대표는 자신의 온몸을 이용해 설명에 나선다. 새우살·채끝·살치살·제비추리 등이 어떤 부위에서 떨어져 나왔으며 식감과 육즙은 어느 정도인지, 한우 전문 선생님에게 일대일 과외를 받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파김치와 한우를 듬뿍 넣은 볶음밥. 사진 김성현 한우만 먹어도 충분히 배가 부를 때쯤 나오는 볶음밥과 라면 역시 ‘한우드림’에서 놓칠 수 없는 경험이다. 강 대표의 어머니가 직접 담근, 매콤 알싸한 파김치와 더불어 한우 고기를 듬뿍 넣고 볶아 감칠맛을 극대화한 볶음밥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맛이다. 그날 먹었던 고기 중 한 부위를 얇게 잘라 라면 위에 폭신한 이불처럼 덮어주는 한우라면 역시 입 안에서 개운함과 고소함을 남기며 식사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선사한다.     김성현 cooking@joongang.co.kr 관련기사 그곳엔 오픈런이 일상…을지로3가역 8번 출구 '특별한 냄새' [쿠킹] 스시각 1도만 달라도 안 나간다…서울 온 日미쉐린 3스타 출신 [쿠킹] [쿠킹] 오픈 2년 만에 미쉐린 별 받은 비결은 "내년 4월까지 만석" 30년째 단골 문전성시…이 스시집 비결 [쿠킹]

    2023.08.05 09:00

  • 그곳엔 오픈런이 일상…을지로3가역 8번 출구 '특별한 냄새' [쿠킹]

    그곳엔 오픈런이 일상…을지로3가역 8번 출구 '특별한 냄새' [쿠킹]

    한 끼 식사를 위해서 몇 달을 기다려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한 식당을 예약하기 위해 800통이 넘는 전화를 걸고, 10개월이 넘는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누구보다 먹고 마시는 것에 진심인 푸드 콘텐트 에디터 김성현의 〈Find 다이닝〉을 시작합니다. 혀끝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다이닝을 찾는(Find), 그가 추천하는 괜찮은(Fine) 식당을 소개할게요. 읽기만 해도 배가 부를 정도로 생생하고 맛있게 쓰여진 맛집을 만나보세요.   김성현의 Find 다이닝 ⑫ 올디스타코   “분위기에 취하고, 맛에 또 취한다! 기다리는 순간마저 맛있는 타코 신세계” 서울에서 가장 핫한 타코집으로 불리는 '올디스타코' 앞은 늘 문전성시를 이룬다. 사진 김성현   지하철 ‘을지로3가역’ 8번 출구, 계단을 오르는 순간부터 참을 수 없이 고소하고 기름진 냄새가 군침을 샘솟게 한다. 강렬한 풍미로 침샘을 자극하는 주인공의 정체는 지난 3월 문을 연 타코 전문점 ‘올디스타코’. 화려하게 빛나는 붉은 네온사인과 80, 90년대 미국 혹은 멕시코 어딘가를 연상케 하는 독특한 외관에 시선을 뺏기는 것도 잠시, 타코를 먹기 위해 골목을 빼곡하게 채운 인파 행렬은 한 번 더 발걸음을 멈춰 세운다.     충무로 인쇄 골목 속 여덟 석의 작은 가게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매장 앞은 늘 문전성시를 이룬다. 하루 평균 방문 이곳을 찾는 고객만 약 250팀, 최소 400개 이상의 타코가 날개 돋친 듯 판매된다. 덕분에 SNS에는 ‘올디스타코’ 인증샷을 비롯해, 영업시간 전부터 길게 줄을 늘어서는 ‘오픈런’이 일상이 된 분위기다. 지금 서울에서 가장 핫한 타코 집으로 불리는 ‘올디스타코’는 자영업 내공 8년 차 김항근(35) 대표의 작품이다.     타코를 만들고 있는 김항근 대표. 사진 김성현 “어린 시절부터 ‘Oldies But Goodies’(구관이 명관)라는 말을 가장 좋아했어요. 새 물건을 접할 때는 조심스럽지만 세월이 지나면 한층 무덤덤하고 편해지잖아요. 손때 묻은 느낌, 누구나 편하게 올 수 있는 분위기에 그때 그 시절의 향수를 전하고 싶었죠”   이미 을지로에서 와인바 ‘올디스하우스’를 운영하며 탄탄한 단골을 만들어 온 김 대표가 타코에 마음을 빼앗긴 계기는 무엇일까? 그가 타코의 매력에 매료된 것은 지난해. 어린 시절부터 ‘지독한 편식가’로 채소를 먹지 않았다는 김 대표는 우연히 토르티야 안에 고기가 듬뿍 들어간 타코를 먹고 사랑에 빠졌다고.    “타코 안에는 제가 사랑하는 고기부터 스트릿 문화까지 모든 것이 다 담겨있었어요. 멕시코에서는 타코를 우리나라 떡볶이처럼 길거리 어디에서나 팔더군요. 과거와 현대가 맞물리는 을지로에서 특별한 타코를 선보이면 재밌겠다 싶었죠”   어디서도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타코 가게를 만들고 싶었던 그는 올디스타코를 하나의 무대처럼 꾸몄다. 수많은 인파를 관객 삼아 그는 고기와 치즈를 아낌없이 쏟아붓고 쉴 새 없이 타코를 구워낸다. 지글지글 식욕을 돋우는 고기가 구워지는 소리와 비트박스의 경쾌한 리듬을 배경 음악으로 7명의 직원은 각자 자리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마치 하나의 공연을 보는 것 같은 재미에 손님들은 기다리는 지루함도 잊고 이 모습을 연신 카메라에 담기 바쁘다. 그는 발걸음을 돌리는 손님들을 위해 현재 가게 근처에 ‘타코연구소’를 만들어 생산량 증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연구소는 현재 9개의 냉장고로 가득 차있고, 매장엔 13명의 직원이 타코에 매달리고 있다.     손님들에게 더욱 새로운 공간, 더 좋은 기억을 주고 만들어 주고 싶다는 그는 ‘올디스타코’를 잇는 새로운 가게 ‘올디스핫도그’ 준비에도 한창이다. 올해 안에는 핫도그 이외에 ‘올디스’를 잇는 또 다른 가게도 선보이는 것이 목표다. “살면서 이렇게 큰 사랑과 행운을 느껴본 적이 없다”는 김 대표는 훗날 ‘올디스’ 시리즈를 사랑하는 이들이 놀러 올 수 있는 ‘올디스타운’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EAT 올디스타코 저녁 풍경. 사진 김성현 “요리를 전문으로 배운 적이 없어서 끊임없이 공부하고 먹어봤죠. 우리나라 유명 타코 집은 전부 가본 것 같아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물리지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조합을 고민했어요. 세계 어딜 가든 ‘올디스타코’와 같은 타코는 없습니다. 여기에서만 먹을 수 있는 특별함이 우리의 정수죠”     올디스타코의 메뉴는 두 종류의 타코와 토르티야가 아닌 밥이 중심인 ‘타코 라이스’, 나초 위에 온갖 재료를 올린 ‘메가 밤 스낵’ 단 4가지로 단출한 편이다. 결대로 찢은 양지고기를 듬뿍 넣은 이곳의 시그니처 ‘올디스타코’는 간단한 재료의 조합으로 완벽한 밸런스를 완성했다. 쫄깃한 토르티야 속을 양지가 가득 채운만큼 고기를 씹는 재미가 있다. 여기에 아보카도 소스가 고기의 풍미를 한껏 살려주고 더불어 이곳만의 특제 살사 소스는 알싸한 매콤함을 더하며 중독적인 느낌을 준다. 상큼한 라임과 아삭거리는 양파 역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재미있는 것은 고수의 활용이다. 김치는 물론이고 채소를 극도로 싫어하는 김 대표 역시 처음에는 고수를 전혀 먹지 못했다고. 하지만 산지에 따라 고수의 향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을 알고 나서는 가장 향이 적은 고수만을 골라 풍미를 더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그는 “손님들이 요청하면 빼고 드리지만, 꼭 한 번 드셔 보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2~3년 전 미국 전역을 휩쓸며 가장 트렌디한 음식으로도 꼽혔던 ‘비리아 타코’ 역시 일품이다. 현지에서는 콘소메 수프에 타코를 찍어 먹지만 김 대표는 먹을 때 손님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토르티야를 굽는 과정 중 수프를 넣는 방식을 택했다. 덕분에 바삭하게 튀긴 겉과 달리 속은 육즙과 수프로 촉촉함이 가득한 타코가 탄생했다. 특히 ‘비리아 타코’에는 마장동의 유명 정육점에서 공수한 한우 사태와 차돌 양지가 푸짐하게 들어간다. 꼬박 5시간 삶아 부드러운 사태와 차돌 양지 외에도 모짜렐라 치즈와 체다 치즈가 한 움큼 들어간다. 담백한 ‘올디스타코’ 보다도 한층 더 깊고 진한 풍미가 느껴지는 이유다.     “패션이든 음식이든 지역과 사람에 따라서 변화하기 마련이잖아요. 김치만 해도 경상도, 강원도, 전라도가 모두 다른 것처럼 저희 타코는 ‘오리지널’이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많은 이들이 좋아할 만한 맛을 만드는 것이 가장 큰 포인트죠”     대중적인 맛을 목표로 잡은 만큼 김 대표는 소스 개발에도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매콤한 것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의 입맛을 고려해 살사 소스는 지나치게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알싸하고 중독적으로 매운맛을 내기 위해 재료의 비율에 신경 썼다. 대개 멕시코의 대중적인 소스에는 토마토, 고수, 양파가 들어가는데 그는 고수 대신 청양고추로 이를 대체했다고.     시그니처 메뉴인 올디스타코. 사진 김성현 안남미 위 토마토소스에 졸인 소고기와 돼지고기가 듬뿍 올라간 타코 라이스 역시 신선한 경험이다. 일본 오키나와 여행 당시 타코 라이스를 처음 접하고 그 매력에 빠졌다는 김 대표는 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구현해 냈다. 조각낸 청양고추와 양상추가 식감의 재미를 더하고 매콤한 할리페뇨가 치즈와 고기의 기름진 맛을 깔끔하게 지워준다. 한 끼 식사로 더할 나위 없이 든든한 메뉴.     미국이나 멕시코 어디서나 걸어 다니면서 먹는 ‘워킹 타코’를 보고 영감을 얻은 ‘메가 밤 스낵’은 맥주와 데킬라 안주로 제격이다. 나초 위에 산더미처럼 올라간 치즈와 고기가 짭짤하고 매콤한 나초와 만나 자연스레 맥주를 떠오르게 한다. 각종 소스로 인해 바삭했던 나초가 흐물흐물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끼는 것도 또 하나의 먹는 재미를 더한다.       김성현 cooking@joongang.co.kr   관련기사 스시각 1도만 달라도 안 나간다…서울 온 日미쉐린 3스타 출신 [쿠킹] 웨이팅 4개월인데도 줄선다…취미로 대박낸 바비큐 맛집 비결 [쿠킹] [쿠킹] 오픈 2년 만에 미쉐린 별 받은 비결은 "내년 4월까지 만석" 30년째 단골 문전성시…이 스시집 비결 [쿠킹]

    2023.07.02 08:00

  • 카이막부터 푸딩·결약과·파이까지, 요즘 뜨는 디저트 맛보고 싶다면 [쿠킹]

    카이막부터 푸딩·결약과·파이까지, 요즘 뜨는 디저트 맛보고 싶다면 [쿠킹]

    디저트 하면 떠오르는 메뉴가 케이크뿐이라면, 돌아오는 주말 서울 마포구 디저트 투어를 추천한다.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망라한 다채로운 디저트가 한창 인기몰이 중이다. 오픈런은 기본, 마포구 중에서도 핫플로 꼽히는 서교·망원·연남·창전동의 대표적인 디저트 카페 4곳을 둘러봤다.     모센트스위트의 '카이막'  모센즈스위트의 게이마르. 사진 모센즈스위트 최근 무섭게 떠오르는 디저트 중 하나를 꼽으면 단연 카이막이다. 우유를 오랜 시간 천천히 끓여 지방을 모아 식혀, 크림 형태로 만든 유제품이다. 세계 주요 도시의 길거리 음식을 소개하는 방송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에서 백종원이 천상의 맛이라 극찬해 국내에서도 관심이 높아졌다. 디저트 카페 모센즈스위트에서는 이 ‘카이막’을 제대로 맛볼 수 있다. 쿠웨이트에서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는 전문가에게 전수 받았기 때문.    인기메뉴는 ‘게이마르’와 ‘쿠나파’다. ‘게이마르’는 장시간 숙성한 바게트와 꿀이 곁들여진 카이막이 함께 나오는 메뉴다. 우유의 부드러운 풍미와 달콤한 꿀, 숙성으로 산미가 깊어진 바게트의 조화가 잘 어우러진다. ‘쿠나파’는 실처럼 얇은 중동 전통 도우 ‘카다이프’ 사이에 버터, 치즈류 유제품을 넣어 오븐에 구워낸 페이스트리 디저트로 치즈의 짠맛과 꿀의 단맛이 담백하게 어울린다.     영업시간: 매일, 낮 12시~ 오후 10시 (재료 소진 시 조기 마감) 대표 메뉴: 게이마르(9000원), 쿠나파(7000원)    고미푸딩 ‘카라멜 커스타드 푸딩’ 고미푸딩의 푸딩과 소다 음료. 사진 고미푸딩 푸딩은 유럽에서 탄생했다. 고기·우유·계란 같은 원재료에 소금이나 설탕을 가미한 후 굽거나 쪄서 만든다. 식후 디저트라기보단 식전 빵에 가까웠다. 오늘날 우리가 상상하는 푸딩은 일본에서 왔다. 부드러운 식감과 달콤한 맛, 귀여운 모양 덕분에 오랜 시간 일본인의 사랑을 받아왔다. 최근 국내에서도 맛은 물론, 각양각색의 귀여운 모양을 무장한 푸딩 전문점들이 속속 문을 열고 있다. 그중 망원동에 위치한 고미푸딩을 다녀왔다. 평일 낮임에도 불구하고 젊은 여성 손님들이 끊이지 않았다.    대표 메뉴는 카라멜 커스타드 푸딩. 깊은 맛이 나는 바닐라 푸딩에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카라멜 시럽이 듬뿍 뿌려져 있다. 작은 흔들림에도 요동치는 모습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순식간에 사르르 녹아내리는 식감 역시 매력적이다. 고미푸딩 주다운 대표는 “푸딩 하면 떠오르는 경험을 그대로 전달하고 싶었다. 그래서 맛과 비주얼의 일치 된 경험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푸딩 외에도 당도가 높지 않고 탄산감이 좋은 메론소다도 인기다.    영업시간: 수~일, 낮 12시~ 오후 9시 (매주 월·화요일 휴무) 대표 메뉴: 카라멜 커스타드 푸딩(5500원), 메론소다(5500원)    휘퍼스 미국식 샌드파이 ‘우피파이’ 휘퍼스의 우피파이와 바나나 푸딩 컵케익. 사진 쿠킹 레트로 열풍은 디저트도 예외가 없다. 영화 ‘해리포터’나 ‘마틸다’에서 봤을 법한 다소 투박하고 거칠어 보이는 모양의 디저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섬세하거나 아기자기하지 않아도 괜찮다. 투박한 모습 자체가 MZ들에게는 멋이다. 미국식 디저트 전문점 휘퍼스도 그중 하나다. 휘퍼스의 시그니처 메뉴는 ‘우피파이(Whoopie pie)’다.    우피파이란 작게 구운 초콜릿 케이크 사이에 마시멜로를 끼워 만든 샌드 파이. 우리에게 익숙한 초코파이의 원조기도 하다. 휘퍼스의 우피파이는 부드러운 시트 사이를 쫀득쫀득한 마시멜로와 우유 크림으로 채워 미국 본토의 맛을 구현했다. 부드러운 식감에 호불호 없는 맛, 비주얼까지 좋아 선물용으로도 많이 나간다고 한다. 변주를 좋아하는 한국인들을 위해 색다른 우피파이도 준비되어 있다. 초콜릿 시트를 고소한 오트밀 시트로 바꾼 오트밀 우피파이나 속을 피넛 크림 또는 티라미수로 바꾼 우피파이도 모두 인기 메뉴다.    영업시간: 낮 12시~ 오후 7시 30분 (토요일만 30분 연장 영업, 매주 화요일 휴무) 가격: 클래식 우피파이(4100원), 오트밀 우피파이(4800원)      에움 ‘설기양갱’ ‘결약과’ 에움(aeum)의 바닐라 결약과. 사진 에움(aeum) 경의선 숲길 뒤편에 위치한 카페 에움(aeum)은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뜻을 이어받아 "전통 과자의 우수성은 잃지 않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디저트를 만들고 싶다"는 장하진 대표의 의지로 만든 디저트 카페다. 이곳에서는 한국 전통 디저트를 서양식 제조 방식으로 재해석해 독창적인 디저트를 선보인다. 대표 메뉴는 설기양갱과 결약과. 이름만 봐서는 상상이 안 되는 이 디저트는 아는 맛의 조합으로 새로운 맛을 보여주는 에움의 철학을 잘 보여준다.    설기양갱은 백설기에 크림처럼 만든 양갱 혹은 대추 청을 올려 함께 먹는다. 언뜻 봐선 바닐라 케이크에 초콜릿 시럽을 뿌린 것 같다. 결약과는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약과를 구워 바닐라 혹은 흑임자 크림을 넣어 샌드처럼 만들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약과의 맛이 일품이다. 이 밖에 찹쌀 반죽에 구움 과자 반죽을 조합해 오븐에 구워 떡을 과자처럼 표현한 구움 찰편도 인기가 있다.    영업시간: 화~일, 오전 11시~오후 7시 (매주 월요일 휴무)  대표메뉴: 설기양갱(6500원), 결약과(7000원)     박선영 쿠킹 기자 park.sunyoung1@joongang.co.kr    관련기사 밥보다 소중한 디저트…약게팅·반갈샷 ‘SNS’ 인증은 필수 [쿠킹] 쫄깃한 쫄면의 발견…실수일까? 연구일까? [쿠킹] 출시 111년 기념 생일 파티 여는 쿠키, 국가별 한정판 다른 이유 [쿠킹] 여름 앞두고 체중관리? MZ는 챌린지로 함께 습관 만든다 [쿠킹]

    2023.05.25 08:00

  • 스시각 1도만 달라도 안 나간다…서울 온 日미쉐린 3스타 출신 [쿠킹]

    스시각 1도만 달라도 안 나간다…서울 온 日미쉐린 3스타 출신 [쿠킹]

    한 끼 식사를 위해서 몇 달을 기다려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한 식당을 예약하기 위해 800통이 넘는 전화를 걸고, 10개월이 넘는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누구보다 먹고 마시는 것에 진심인 푸드 콘텐트 에디터 김성현의 〈Find 다이닝〉을 시작합니다. 혀끝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다이닝을 찾는(Find), 그가 추천하는 괜찮은(Fine) 식당을 소개할게요. 읽기만 해도 배가 부를 정도로 생생하고 맛있게 쓰여진 맛집을 만나보세요.   김성현의 Find 다이닝 ⑪ 정대   “타협 없는 퀄리티… 韓 최고의 해산물만 한데 모았다” 제철 해산물의 제 맛을 즐길 수 있는 정대, 사진은 고소하면서도 녹진한 풍미를 지닌 우니. 사진 김성현   STORY     2008년 미쉐린 별 한 개, 2009년 두 개, 2010년 마침내 세 개의 별. 이후 10년간 꾸준히 별 세 개를 유지하며 일본을 넘어 세계 최고의 스시야(すしや)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곳이 있다. 도쿄 롯폰기에 위치한 ‘스시 사이토’. (※미쉐린 가이드는 2020년부터 ‘일반 대중이 예약할 수 없다’라는 이유로 스키야바시 지로와 스시 사이토 등 도쿄의 3스타 레스토랑을 명단에서 제외했음) 이정대(33) 셰프는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이곳에서 한국인 최초이자 외국인 최초로 7년간 경력을 쌓고 지난 1월 인왕산과 광화문 광장 사이에 자신의 이름을 딴 ‘정대’라는 새로운 공간의 문을 열었다.     최고의 원물만 고집하는 정대의 이정대 셰프. 사진 김성현 과거 호텔 주방장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스물세살부터 요리에 발을 딛은 그가 처음으로 흥미를 느꼈던 음식은 스시. 스시하꼬와 스시마츠모토에서 3년간 경험을 쌓으며 ‘스시에 인생을 바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그는 무작정 일본행을 택한다. 그는 “일본어로 아침 인사와 저녁 인사가 다르다는 것도 몰랐다”며 “하지만 인생을 건다면 본토에서 최고의 스승에게 배우고 싶었기에, 처음부터 사이토가 목표였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손으로 직접 쓴 이력서를 들고 가게 앞으로 무작정 찾아간 그는 6시간의 기다림 끝에 이력서를 건넬 수 있었다.     “이틀 뒤 ‘얼굴을 한번 보자’라며 연락이 왔죠. ‘끝장을 봐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삭발을 한 채 옷과 칼을 챙겨서 갔더니 호쾌하게 웃으시더군요. 언제부터 일할 수 있냐고 물으시길래 ‘지금 당장!’이라고 외쳤죠. 그 모습이 인상 깊었는지 받아 주신 후에도 종종 그 얘기를 꺼내세요”     넘치는 패기로 사이토에서 근무하는 첫 번째 외국인 직원이 된 그는 ‘살기 위해’ 스시와 일본어를 동시에 공부해야 했다. 밤낮없이 치열하게 현장에서 부딪힌 그는 일본의 사이토에서 약 2년, 홍콩의 사이토에서 약 5년을 근무하며 기술을 익혔다. 꿈에 그리던 롤모델과 같은 스승과의 시간을 그는 ‘압도적이고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가장 큰 가르침으로 ‘정신력’을 꼽았다. 똑같은 생선으로 만들지만, 각도가 1도만 틀어져도 손님에게 내놓지 않을 정도의 디테일함. 스시를 쥐는 기술은 물론이고 인품에서조차 흠잡을 곳을 찾을 수 없는 완벽한 모습. 이정대 셰프는 이 모든 것이 맛으로 연결되는 ‘정신력’의 힘이라고 표현했다.     정대의 메뉴 중 하나인 폰즈 소스와 다진 생강을 올린 돌멍게. 사진 김성현 젊은 나이에 눈부신 커리어를 쌓고 고향으로 돌아온 이정대 셰프. 그는 ‘누군가에게 배운 것을 발전시켜 다음 세대에 넘기는 흐름을 만들어 내는 것’이 장인정신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에서 끝없이 새롭고 발전하는 스시의 흐름을 만들어 내겠다는 포부도 전했다. 새삼 정대(正大, 바르고 옳아서 사사로움이 없다)라는 그의 이름이 하나의 선언(宣言)처럼 느껴지는 이유였다.       EAT   “스시는 요리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스시는 스시죠. 참치면 참치, 오징어면 오징어, 스시는 생선이가진 그 자체를 그대로 전달해야 스시다운 것이라고 배웠어요. 좋은 생선 없이는 좋은 스시가 나올 수 없는 이유입니다.”   10일간 숙성한 뒤 짚불에 훈연한 삼치. 사진 김성현 완도·신안·통영·여수·거제·삼천포·부산·울진·죽변·동해·울릉도. 원물의 퀄리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이 셰프는 전국 각지를 빠짐없이 다니며 자신과 뜻이 맞는 생산자들을 찾았다. 사이토에서 근무하며 질 좋은 생선이 도쿄로 집중되는 것을 본 그는 한국에서도 유통망만 구축된다면 일본 수준의 해산물을 수급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이를 실행에 옮긴 것. 스시는 본인이 만들지만, 음식이 손님 앞에 놓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생산자의 힘과 가치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그는 매일 팔도에서 나는 최고 품질의 해산물만 매장에 들인다. 자연스레 모든 재료는 한국의 네 가지 계절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정대에서는 제철 생선이 갖는 다양성이 시그니처 메뉴인 셈이다.     “한국은 바다의 특징이 확실한 만큼 메뉴의 변화를 다양하게 줄 수 있습니다. 서해는 넓은 갯벌이 있고 남해는 유속이 빠른 바다가 있죠. 동해는 차갑고 깊은 수심에서 온갖 생선이 다 나옵니다. 봄에는 아주 잠깐 횟감용 멸치가 나오고, 4월에는 장어 치어가 2주 정도 나오죠. 여름에는 히카리모노(등푸른생선), 겨울에는 고등어가 좋습니다”   이 셰프의 말처럼 정대를 찾는 손님들은 그 계절 가장 맛이 오른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어디서도 본 적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거대한 돌 멍게는 비린 맛 하나 없이 시원하고 짭짤한 바다 향이 가득 차 있어 원물이 가진 위대함을 느낄 수 있다. 부드럽게 조리된 전복 역시 질긴 구석 없이 쫄깃하고 촉촉한 식감과 깊은 맛을 자랑한다. 고소한 맛과 함께 은은한 달큰함이 숨어있는 안키모(아귀간)는 먹는 순간 감탄이 터질 정도로 황홀한 맛이다.     초절임으로 비린 맛을 잡은 전어는 특유의 풍미가 살아있다. 사진 김성현 한눈에 봐도 보통의 것보다 크다고 느껴지는 전어나 딱새우 역시 일품이다. 초절임한 전어는 식감과 동시에 생선 특유의 풍미가 온전하게 살아있지만 비린 맛은 하나도 찾아볼 수가 없다. 딱새우는 달큰하면서도 고소한 맛과 함께 쫄깃하게 씹는 식감이 입맛을 돋운다. 이외에도 10일간 숙성한 뒤 짚불에 훈연하여 독특한 향을 더한 삼치나 3kg의 완도산 원물로 입 안 가득 차는 크기와 더불어 쫀득한 식감까지 더한 참돔, 두툼하지만 입 안에서 포슬포슬하게 사라지는 통영산 장어 등 역시 식사 내내 먹는 재미를 더한다.     김성현 cooking@joongang.co.kr    관련기사 웨이팅 4개월인데도 줄선다…취미로 대박낸 바비큐 맛집 비결 [쿠킹] [쿠킹] 오픈 2년 만에 미쉐린 별 받은 비결은 수백 통 전화 끝에야 맛본 ‘작은 일본’… 야키토리의 신세계 [쿠킹] [쿠킹] 4만5000대1의 경쟁률을 뚫어야 만날 수 있는 스시  

    2023.05.14 10:00

  • 웨이팅 4개월인데도 줄선다…취미로 대박낸 바비큐 맛집 비결 [쿠킹]

    웨이팅 4개월인데도 줄선다…취미로 대박낸 바비큐 맛집 비결 [쿠킹]

      한 끼 식사를 위해서 몇 달을 기다려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한 식당을 예약하기 위해 800통이 넘는 전화를 걸고, 10개월이 넘는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누구보다 먹고 마시는 것에 진심인 푸드 콘텐트 에디터 김성현의 〈Find 다이닝〉을 시작합니다. 혀끝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다이닝을 찾는(Find), 그가 추천하는 괜찮은(Fine) 식당을 소개할게요. 읽기만 해도 배가 부를 정도로 생생하고 맛있게 쓰여진 맛집을 만나보세요.   김성현의 Find 다이닝 ⑩ 유용욱 바베큐 연구소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다… 시작부터 끝까지 바비큐와 함께하는 ‘바비큐 놀이동산’”   유용욱 소장이 유용욱 바베큐 연구소를 대표하는 시그니처 비프립의 훈연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김성현 STORY   누구나 아는 대기업을 다니던 8년 차 회사원에서 이제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바비큐 요리 전문가로. ‘유용욱 바베큐 연구소’의 대표인 유용욱(38) 소장의 독특한 이력은 그 자체만으로도 눈길을 끈다. 취미로 요리하던 그가 평균 3~4개월은 기다려야 맛볼 수 있는 바비큐 전문점을 이끌게 된 비결이 뭘까.    “어린 시절 마당의 작은 바비큐 그릴로 가족들이나 마을 사람들과 고기를 구워 먹던 추억이 좋아서 요리를 시작했습니다. 불을 피운 지 7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니 생각보다 많은 분이 오고 싶어 하셨어요. 그때 회사를 나와 저만의 레스토랑을 열어도 되겠다는 확신을 갖게 됐죠.”   유용욱 소장의 출발점은 자신의 고향집이었다. 그는 경기도 수원시 이목동, 가족 텃밭에서 취미로 바비큐를 시작하며 친구들을 초대했다. 음식은 점차 요리가 됐고, 식사는 어느새 코스의 모양새를 갖추게 됐다. 4년 정도 지났을 무렵, 사람들은 바비큐를 중심으로 다양한 테크닉을 시도하는 그곳에 ‘이목리 유용욱 바베큐 연구소’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2020년 11월 현재 남영동 자리에 터를 잡은 ‘유용욱 바베큐 연구소’의 전신인 셈이다.     시그니처 비프립. 사진 김성현 “처음에는 하나의 테이블로 시작했습니다. 문을 열기 전까지는 저녁 예약만 꽉 차도 좋겠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예상보다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서, 두 달 만에 맞은편 공간에 테이블을 하나 더 놓고 다시 두 달 뒤 상가 한 켠을 더 계약했어요.”   걱정은 기우였다. ‘원 테이블 레스토랑’에서 출발한 연구소는 4달 만에 세 개의 테이블로 늘어났고, 점심과 저녁 모든 테이블이 손님들로 가득 차며 하루 평균 30~40명의 고객이 찾는 남영동 골목의 명소가 됐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과 SBS ‘집사부일체’ 등 여러 프로그램에서 그의 바비큐를 다루며 연구소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불이 붙었다. 예약제 레스토랑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지방에서 기차를 타고 찾아오는 손님도 있다. 그는 이러한 인기에 대해 “새로운 콘텐트를 많이 찾는 요즘 트렌드에 직장인이 회사를 나와 시장에 없던 요리를 하는 것에 관심을 보여주시는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유용욱 바베큐 연구소는 오는 6월 또 하나의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신사동에 오래된 사우나 공간을 개조해 ‘유용욱’과 ‘바베큐’를 떼어낸 새로운 브랜드 론칭을 준비 중인 것. 유 소장은 이곳은 셰프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또한 2년 이내에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해외 시장에서 한국적인 터치를 가미한 레스토랑을 선보이겠다는 야심도 내비쳤다.    EAT 메이플 시럽을 곁들인 이베리코 베이컨. 피스타치오를 곁들여 식빵과 함께 먹는다. 사진 김성현 제일 무서운 맛은 ‘아는 맛’이라고 했던가. 9개의 코스로 구성된 ‘유용욱 바비큐 연구소’의 미덕(美德)은 익숙한 음식을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각 메뉴는 재료가 품고 있는 본연의 맛을 잃지 않고, 바비큐라는 장르에서 느낄 수 있는 훈연과 같은 특유의 풍미를 곁들인다는 것이 흥미롭다. 특히 불과 재료가 만나 만들어내는 풍부한 풍미가 매력적이다.      유 소장은 “흔히 바비큐 하면 미국 남부 스타일의 육류 요리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바비큐에 국한되지 않고 스모크(훈연)와 우드파이어(숯과 나무를 이용한 조리법)를 장르로 생각해 더욱 포괄적인 음식을 선보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곳의 음식은 미국식 바비큐의 틀에 갇혀 있지 않다. 대표 메뉴인 ‘시그니처 비프립’만 보아도 그러하다. 비프립은 전형적인 서양식 바비큐의 비주얼이지만 한국식 간장 양념으로 재운 뒤 장시간 저온 조리해 손님 앞에 낸다. 생김새와는 달리 갈비찜이나 갈비구이와 같은 한국 정통의 맛이 느껴지는 이유다.     ‘시그니처 비프립’은 짭짤하면서도 달큰한 양념과 고기 본연이 가진 육향, 더불어 훈연 뉘앙스가 묵직하게 코와 혀를 치고 올라온다. 부위에 따라 식감을 다르게 즐길 수 있는 것 또한 큰 재미다. 눈 녹듯 사라지는 부위가 있는가 하면 고기의 표면에 따라 쫄깃쫄깃하거나 바삭함을 느낄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여기에 함께 나오는 백김치와 치미추리를 곁들이면 느끼할 틈이 없이 바비큐를 즐길 수 있다.     시그니처 비프립의 갈비를 활용한 갈비라면. 사진 김성현 메이플 시럽과 만나 '단짠단짠'(달콤함과 짠맛을 동시에 지닌)에 피스타치오를 곁들여 고소함과 더불어 씹는 재미까지 더한 ‘이베리코 베이컨’이나 겉은 튀김이 연상될 정도로 바삭하고 한 입 베어 물면 육즙이 가득 느껴질 정도로 촉촉한 삼겹살로 쫀득한 번을 채운 ‘포크밸리 스팀번’도 일품이다. 속이 확 풀리는 매콤한 라면에 고소한 갈비를 듬뿍 넣어 먹는 호사를 부릴 수 있는 ‘갈비라면’과 한남동과 압구정 등에 별도의 브랜드를 오픈할 정도로 인기를 끈 ‘핫치킨버거’ 역시 놓칠 수 없는 메뉴다.     김성현 cooking@joongang.co.kr     

    2023.04.16 11:00

  • "내년 4월까지 만석" 30년째 단골 문전성시…이 스시집 비결 [쿠킹]

    "내년 4월까지 만석" 30년째 단골 문전성시…이 스시집 비결 [쿠킹]

    한 끼 식사를 위해서 몇 달을 기다려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한 식당을 예약하기 위해 800통이 넘는 전화를 걸고, 10개월이 넘는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누구보다 먹고 마시는 것에 진심인 푸드 콘텐트 에디터 김성현의 〈Find 다이닝〉을 시작합니다. 혀끝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다이닝을 찾는(Find), 그가 추천하는 괜찮은(Fine) 식당을 소개할게요. 읽기만 해도 배가 부를 정도로 생생하고 맛있게 쓰여진 맛집을 만나보세요.   김성현의 Find 다이닝 ⑧ 세야스시 "더 새롭게, 더 크게, 입 안 가득 채워지는 황홀한 스시 변주곡"  스시가 나오기 전 내주는 츠마미로 시소와 우니(성게알)로 채웠다. [사진 김성현] STORY “1990년부터 스시를 쥐었으니 32년이 됐죠. 오래됐지만 이 일을 하며 늙고 싶습니다. 힘들지만 여전히 스시를 만들 때 즐겁고 행복합니다. 와사비를 가는 순간도 재밌어요. 애정 없이는 할 수 없죠. 제가 하는 이 일을 사랑합니다”     스시의 불모지와 다름없던 경기도 화성시 동탄에서 ‘동탄의 축복’ ‘동탄의 별’이라는 애칭을 얻고, 수많은 마니아 사이에서 셰프가 아닌 ‘교주’로 불리는 이가 있다. 주인공은 세야스시의 장성태(51) 오너셰프. 그는 동탄에서의 성공을 뒤로하고 지난 8월 대한민국 최고의 스시야(すしや) 격전지인 청담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참다랑어의 주도로(등살)와 아까미(적살). 사진 김성현   “동탄이든 청담이든 지역은 상관없습니다. 실력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죠.” 장성태 셰프의 자신감은 세야스시를 찾는 두텁고 오래된 팬심만 보아도 알 수 있다. 30년 전 그를 찾았던 꼬마 손님은 어엿한 중년이 되어 자녀를 데려온다. 단골들이 많다 보니, 이미 내년 4월까지 예약이 마감됐다.   비결을 묻자 "당장의 이윤을 추구하기보다는 매장을 찾는 손님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노력이 돋보이는 부분이 바로 창의성이다. 그는 매일 틀에 박히지 않은 스시, 누구도 하지 않는 스시를 만들기 위해 쉼 없이 노력한다.    세야스시만의 초배합으로 고소함을 극대화한 전갱이. [사진 김성현]   “어떤 스시집이나 모두 참치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똑같은 참치를 드린다면 굳이 손님이 이곳까지 찾아와서 스시를 드실 이유가 없죠. 좋은 재료를 기본으로 ‘아 이런 것이 있었구나’하고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스시를 드려야 합니다” 손님의 짜릿한 감동을 위해 장성태 셰프가 오늘도 연구와 노력을 멈추지 않는 이유다.     EAT 태산 같은 풍채와 두터운 손이 무색할 정도로 섬세하고 빠른 손놀림. 무심한 듯하지만 치밀한 눈빛으로 정교하게 스시를 만들어 내는 셰프의 등 뒤에는 장인의 아우라가 느껴진다. 그가 쥐어낸 스시를 맛본 이들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참치살을 간장에 절인 아까미 쯔게. [사진 김성현]   세야스시의 가장 큰 특징은 장셰프가 강조하는 창의성에 있다. 익숙한 듯하지만, 결코 뻔하지 않은 신선한 재료의 조합은 이곳의 장기 중 하나다. 참치살을 간장에 절인 아까미 쯔께에 상큼하면서도 새콤한 유자를 활용해 맛의 균형을 잡거나 다진 참치살인 도로 안에 낫또와 단무지를 넣어 독특한 식감과 풍미를 살린 것이 대표적인 예다.     여기에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압도적인 크기의 네타(생선) 역시 일품이다. 언제나 최상의 재료를 고집하는 만큼 네타는 단순히 거대한 크기를 넘어 놀라울 정도로 깊고 진한 풍미를 자랑한다. 이처럼 큰 네타와 넉넉한 양의 샤리(밥)가 만난 세야스시의 스시는 먹는 순간 황홀한 충만감이 입 안을 가득 채운다는 인상을 준다.     넉넉한 양의 샤리 위에 단새우가 빈틈없이 올라가 있다. [사진 김성현]   장셰프는 “문화적 특성과 사람들의 취향과 기호 등을 고려해 현지화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스시 역시 마찬가지”라며 “쌈 문화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입 안 가득 채워지는 복합적인 맛과 씹는 맛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한국인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기 위해 스시를 크게 쥐는 편”이라고 말했다.     씹는 맛이 살아있는 샤리의 식감과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감칠맛 또한 세야스시에서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장셰프는 “건조한 겨울의 쌀과 습기가 많은 여름의 쌀이 다르다. 초의 배합 역시 마찬가지다. 고정된 레시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쌓인 노하우와 자신만의 경험을 바탕으로 상황에 맞도록 조금씩 조절하는 것이 진정한 실력”이라고 강조했다.          김성현 cooking@joongang.co.kr    관련기사 [쿠킹] 4만5000대1의 경쟁률을 뚫어야 만날 수 있는 스시 성질급해 잡히자마자 죽는 고등어…신선하게 먹을수 있는 까닭 [쿠킹] 수백 통 전화 끝에야 맛본 ‘작은 일본’… 야키토리의 신세계 [쿠킹] 호주·청담 거쳐 고향인 고성으로… 젊은 셰프의 진심이 담긴 돈까스[쿠킹]

    2022.12.25 09:00

  • [쿠킹] 4만5000대1의 경쟁률을 뚫어야 만날 수 있는 스시

    [쿠킹] 4만5000대1의 경쟁률을 뚫어야 만날 수 있는 스시

    한 끼 식사를 위해서 몇 달을 기다려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한 식당을 예약하기 위해 800통이 넘는 전화를 걸고, 10개월이 넘는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누구보다 먹고 마시는 것에 진심인 푸드 콘텐트 에디터 김성현의 〈Find 다이닝〉을 시작합니다. 혀끝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다이닝을 찾는(Find), 그가 추천하는 괜찮은(Fine) 식당을 소개할게요. 읽기만 해도 배가 부를 정도로 생생하고 맛있게 쓰여진 맛집을 만나보세요.   김성현의 Find 다이닝 ⑦ 아루히 “4만5000대1의 경쟁률이 이해되는 환상적인 스시”  아루히를 대표하는 메뉴인 참치살을 간장에 절인 아까미 쯔께. 사진 김성현   STORY   김동률의 ‘기억의 습작’부터 토이의 ‘뜨거운 안녕’, 싸이의 ‘챔피언’까지. 스시 오마카세라면 으레 떠오르는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벗어나, 신나는 음악과 함께 손님들의 웃음소리와 힘찬 박수로 가득 채워지는 스시야(すしや)가 있다. 문을 연 지 3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수많은 스시 마니아와 미식가∙탐식가∙애식가 사이에서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여의도의 작은 스시야 ‘아루히’다.   네이버 예약시스템을 통해 예약을 받던 ‘아루히’는 최대 대기 번호가 7만 명을 기록하며, 한때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이 올라 화제가 됐다. 예약 플랫폼을 바꾼 최근에는 4만~5만명 정도가 예약에 도전한다. 16석, 하루 2타임. 하루에 32명밖에 찾지 못하는 이 작은 스시야가 이토록 뜨거운 인기를 끄는 비결은 뭘까. 셰프가 아까미 쯔께를 들어 보여주고 있다. 사진 김성현   ‘여의도의 축복’, ‘스시 파는 술집’, ‘가성비 끝판왕’, ‘스강신청의 대명사’. ‘아루히’ 앞에 붙는 여러 수식어 중에는 유독 가성비(가격 대비 효용)라는 단어가 많이 언급된다. 그도 그럴 것이 3만8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이 무색할 정도로 2시간의 식사 동안 눈앞에 놓이는 스시만 최소 20가지가 넘기 때문이다. 때로는 재료의 수급 상황과 손님의 양에 따라 많게는 25가지의 스시가 나오는 기적을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아루히’의 진정한 매력은 ‘가성비’에서 나오지 않는다. 누군가의 집에 초대받은 듯 편하고 격의 없게 식사를 즐기는 손님과 셰프의 시너지는 그 어떤 스시야에서도 본 적이 없는 ‘바이브’와 ‘에너지’를 뿜어낸다. 이처럼 ‘아루히’를 행복과 웃음이 떠나지 않는 곳으로 만든 이는 20년 요리 경력의 이용(44) 셰프다. 그는 지난 2019년 3월, 아내 이미연 씨와 함께 이곳의 문을 열었다.     “여의도에서 15년 정도 일을 했는데, 고가의 코스 요리처럼 수익을 내는 음식을 주로 하다 보니 염증을 느꼈어요. 이윤이 적어도 손님이 진짜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죠. 포장마차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오셔서 소주 한 잔에 저렴하게 스시를 드리고 싶었어요. 그게 ‘아루히’의 시작이죠.”   다진 참치살 위에 연어알을 올린 네기 도로마끼. 사진 김성현 이용 셰프는 당초 캐주얼한 스시 포장마차라는 컨셉으로 가게의 문을 열었지만, 많은 손님이 오마카세(셰프에게 모두 맡김) 형식을 원하며 자연스레 지금의 형태와 구성으로 자리 잡게 됐다. 100명의 손님이 오면 100명을 모두 만족시키고 싶다는 이 셰프는 “‘아루히’의 슬로건은 고객들의 행복”이라고 강조했다.     “당연히 맛있고 친절해야죠. 그건 기본입니다. 저는 고객들이 좋아하는 걸 해주고 싶습니다. 슬리퍼를 신고 와도 되고, 양반다리를 하고 편하게 먹어도 됩니다. 편하게 노래를 부르셔도 되고 먹다가 자리에서 주무셔도 됩니다. 이곳을 찾는 분들이 웃고 떠들며 행복해야 제가 행복할 수 있죠. 그게 어지간한 보약이나 돈보다도 귀하고 소중합니다.”     EAT 제철을 맞아 기름기가 올라 고소한 잿방어. 사진 김성현 매번 스무 가지가 넘는 스시들이 손님의 입을 즐겁게 만들어주지만, ‘아루히’ 하면 시그니처처럼 언급되는 메뉴들이 있다. 아까미 쯔께(붉은 참치 살을 간장에 절인 것)와 성게알이 듬뿍 올라간 마끼, 성인 남성 손바닥만큼 거대한 후토마끼(굵게 만 일본식 김밥) 등이다. 특히 침을 고이게 만들 정도로 맛있는 자태로 손님들의 셔터 세례를 한 몸에 받는 아까미 쯔께는 ‘아루히’를 상징하는 메뉴 중 하나다. 간장에 절인 참치를 늘어놓아 불필요한 수분을 증발시키고, 혹시 있을지 모르는 잡내를 빼는 과정이지만, 정갈하고 아름다운 자태가 마치 만개한 꽃을 연상케 한다. 이렇게 간장으로 단장을 마친 참치살은 감칠맛과 함께 재료가 가진 특유의 풍미가 한층 더 올라간다. 냉동 참치가 아닌 생참치만을 고집하는 만큼, 부드러운 식감에 담백하면서도 짭짤한 참치가 샤리(밥)와 어울리며 훌륭한 궁합을 보여준다.     “떴다 떴다 비행기 날아라 날아라 높이 높이 날아라 우리 비행기”. ‘우니 비행기’로 통하는 우니마끼가 나올 때는 추억의 동요가 울려 퍼진다. 셰프들은 김으로 감싼 우니를 비행기처럼 요리조리 움직이며 손님의 손 앞에 놓아준다. 박수갈채를 끌어내며 ‘아루히’의 분위기를 절정에 끌어올리는 메뉴인 만큼 일본산, 페루산, 국내산 등 매달 세계 각지에서 공수한 최상급 우니 만을 사용한다. 녹진하면서 진한 풍미의 고소함이 입 안 가득 채워지며 황홀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참치와 버섯, 교꾸와 우엉 등으로 속을 가득 채운 후토마끼. 사진 김성현 한입에 넣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커다란 후토마끼 또한 일품이다. 참치와 버섯, 교꾸(일본식 달걀구이)와 우엉 등으로 속을 가득 채운 후토마끼는 웬만한 후토마끼 전문점의 그것보다 더 나은 퀄리티를 보여준다. 단순히 크기만 큰 것이 아니라 재료와 재료 사이의 하모니가 식감과 맛의 조화를 끌어 올려준다. 잘게 다져 부드럽고 매끄러운 식감으로 변신한 참치살과 톡톡 터지며 꽉 채운 풍미를 응축시킨 연어알을 올린 네기 도로마끼(다진 참치살 위에 파를 얹어 김으로 감싼 일본식 김밥)는 맛은 물론이고 보는 재미를 더한다. 손님들의 술병을 화분 삼아 바로 앞에 꽂아주기 때문. 마치 작은 꽃처럼 보이는 네기 도로마끼는 많은 이들이 ‘인증샷’을 남기는 메뉴 중 하나다.     ■ 아루히 「 · 주소 : 서울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42 여의도종합상가 2층 · 가격 : 3만8000원   · 메뉴 : 스시 오마카세 · 대표 메뉴 : 스페인산 혹은 일본산 생참치, 계절에 따른 최상급 우니 등 · 예약 안내 : 매달 25일 오후 5시, 예약플랫폼 ‘캐치테이블’ 이용 · 영업 시간 : 월~토요일 1부 17:20~19:20 / 2부 19:50~21:50 · 주차 : 지상 1층 주차장 1시간 무료 이용 가능하나 대중교통 추천  #스시 #오마카세 #스강신청 #여의도 #초밥 #사케   *'아루히'는 본점 '아루히'와 별관 격인 '아루히 니와'로 나뉘나, 사람들에겐 '아루히'로 통칭된다. 현재 '아루히'는 공식적으로 휴무 기간이며 '아루히 니와'만 운영되고 있다.'아루히'는 금년 중 다시금 영업을 공식 재개할 예정이다.  」    김성현 cooking@joongang.co.kr    관련기사 수백 통 전화 끝에야 맛본 ‘작은 일본’… 야키토리의 신세계 [쿠킹] 가오픈 기간에도 '꼭 가봐야 할 곳'으로 통하는 비결은 페어링 [쿠킹] 면 씹지 말고 삼켜라…일본 소바만 13년 파고든 장인의 손맛 [쿠킹] [쿠킹] “우리집에 놀러와요” 서울숲서 맛보는 특별한 ‘집밥’

    2022.11.12 09:00

  • 수백 통 전화 끝에야 맛본 ‘작은 일본’… 야키토리의 신세계 [쿠킹]

    수백 통 전화 끝에야 맛본 ‘작은 일본’… 야키토리의 신세계 [쿠킹]

    한 끼 식사를 위해서 몇 달을 기다려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한 식당을 예약하기 위해 800통이 넘는 전화를 걸고, 10개월이 넘는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누구보다 먹고 마시는 것에 진심인 푸드 콘텐트 에디터 김성현의 〈Find 다이닝〉을 시작합니다. 혀끝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다이닝을 찾는(Find), 그가 추천하는 괜찮은(Fine) 식당을 소개할게요. 읽기만 해도 배가 부를 정도로 생생하고 맛있게 쓰여진 맛집을 만나보세요.    김성현의 Find 다이닝 ⑥ 야키토리 파노   “문을 연 지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수많은 ‘푸디’(foodie∙식도락가)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는 곳” 대파의 감칠맛과 소금의 짭짤함이 조화로운 네기마 (다릿살대파). 사진 김성현 STORY  “일본에서 야키토리를 자주 찾으셨던 분들은 이곳에서 맛있는 추억을 회상하고, 야키토리를 잘 모르시는 분들이라면 야키토리가 무엇인지 편안하게 느끼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야키토리 파노’는 마포구의 야키토리 맛집 쿠시무라를 거쳐 일본 현지의 야키토리 업장에서 약 3년간 근무했던 김환호 셰프가 2020년 9월 강남구 압구정동의 작을 골목에 문을 열었다. 그는 10석 규모의 소규모 업장을 홀로 지키며 뜨거운 숯 앞에 서서 쉴 새 없이 야키토리를 구워낸다.   야키토리를 만들고 있는 김환호 셰프. 사진 김성현   “숯을 피우고 고기를 잘라서 소금을 뿌리고 굽는 것. 단순해 보이지만 누가 굽는지에 따라서 맛이 달라지니까 이것 하나만 집중하면 되겠다 싶었죠.” 타래소스로 맛을 낸 츠크네(완자)와 달걀. 사진 김성현 일본에서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야키토리를 찾아 먹을 정도로 좋아했던 김 셰프는 값비싸고 고급스러운 오마카세부터 캐주얼한 가게까지 두루 다니며 견문을 넓혔다. 그리고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선술집을 한국에서도 재현하고 싶었다. 그의 바람은 수많은 이들의 취향을 저격했다. 특히 미식가이자 애식가로 유명한 모 그룹의 부회장이 다녀간 뒤로는 예약에 불이 붙었다.     3000~4000원 사이의 합리적인 가격대에, 골라 먹는 재미까지 있는 다양한 야키토리, 주인장이 직접 만들어주는 시원한 하이볼까지. 평일이든 주말이든 수많은 이들이 하루를 맛있게 마무리하기 위해 이곳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EAT  염통과 대동맥, 엉덩잇살과 고관절살 등 낯선 부위부터 날개와 목살, 닭봉과 완자 등 익숙한 부위까지. 파노에서는 닭의 여러 부위를 활용해 14가지의 야키토리를 선보인다. 여기에 꿀버터로 맛을 낸 고구마와 간장버터 소스를 바른 표고버섯 등 야채까지 더하면 야키토리의 종류만 19종류에 달한다.   간장버터를 바른 시이타게(표고버섯). 사진 김성현 대부분의 야키토리는 별다른 기교를 부리지 않고 소금으로만 간을 하거나 짭짤한 타래 소스를 발라낸다. ‘신선한 닭은 소금만 쳐서 구워도 아주 맛있게 즐길 수 있다’는 셰프의 가치관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목살과 연골, 염통 등 선도 유지가 되지 않을 경우 좋지 않은 냄새가 날 수 있는 부위 또한 파노에서는 독특한 식감과 특유의 고소한 풍미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신선함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은 김 셰프의 고집 덕분에 맛볼 수 있는 색다른 매력이라고 볼 수 있다.     “유행이 빠른 우리나라에서 계속해서 새로운 곳이 생겨나고, 많은 것이 변화하고 있죠. 하지만 저는 야키토리의 본질, 기본적인 맛과 형태에 집중해서 야키토리를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가게를 만들고 싶습니다”   소식가들조차 대식가가 되길 마다치 않는 이곳의 가장 큰 무기는 야키토리 그 자체에 있다.   타마고동 만드는 모습. 사진 김성현 물론 식사도 빠질 수 없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하면서도 튼실한 쌀로 가득 찬 야키오니기리와 타마고동과 야키토리동은 부족한 탄수화물까지 알차게 채워준다. 특히 은은한 불에서 오랜 시간 정성 들여 구워 누룽지 같은 식감을 가진 오니기리는 파노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 중 하나다.     보통 이곳을 찾으면 8~10개 정도의 야키토리와 한두 가지의 추가 메뉴를 주문한다. 하지만 메뉴판에 있는 모든 야키토리를 주문하는 광경도 낯설지 않다. 호기롭게 “여기부터 저기까지 전부 주세요”라고 외치지 않으면 다음 날 먹지 못한 야키토리를 생각하며 후회하게 될 거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질 좋은 비장탄 위에 구워진 신선하고 짭짤한 닭 그리고 한 잔의 술. 여기에 잔잔한 음악과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더해지며 테이블 위에는 빈 꼬치와 함께 행복과 사랑 그리고 추억이 수북하게 쌓여간다.     ■ 야키토리 파노 「 · 주소 : 서울 강남구 선릉로157길 13-5 101호 · 가격대 : 3000원대(야키토리 1개 기준)   · 메뉴 : 야키토리(닭꼬치) · 대표 메뉴 : 염통, 연골, 목살, 오니기리 등 · 예약 안내 : 매달 첫번째 주 수요일 오후 2시부터 한 달치 전화 예약. · 영업 시간 : 화~토요일 19:00 ~ 23:00, 일요일 18:00~22:00  · 주차 : 근처 공용주차장 이용.    #야키토리 #닭꼬치 #압구정맛집 」  김성현 cooking@joongang.co.kr    관련기사 연어구이 덮밥 고소한 레시피…소금에 연어 절여야 하는 이유 [쿠킹] [쿠킹] 쏟아지는 튀김 소리, 입과 귀를 감동시킨 키이로 [쿠킹] 부드러운 닭가슴살에 짭조름한 소스 얹은 대만식 밥도둑 면 씹지 말고 삼켜라…일본 소바만 13년 파고든 장인의 손맛 [쿠킹]

    2022.09.24 09:00

  • 호주·청담 거쳐 고향인 고성으로… 젊은 셰프의 진심이 담긴 돈까스[쿠킹]

    호주·청담 거쳐 고향인 고성으로… 젊은 셰프의 진심이 담긴 돈까스[쿠킹]

    한 끼 식사를 위해서 몇 달을 기다려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한 식당을 예약하기 위해 800통이 넘는 전화를 걸고, 10개월이 넘는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누구보다 먹고 마시는 것에 진심인 푸드 콘텐트 에디터 김성현의 〈Find 다이닝〉을 시작합니다. 혀끝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다이닝을 찾는(Find), 그가 추천하는 괜찮은(Fine) 식당을 소개할게요. 읽기만 해도 배가 부를 정도로 생생하고 맛있게 쓰여진 맛집을 만나보세요.  김성현의 Find 다이닝 ⑤ 보배진   바삭바삭하고 촉촉하게, 돼지고기로 만드는 가장 맛있는 마법  STORY    "고성으로 내려오며 가장 중요하게 여긴 부분은 ‘내가 할 수 있는 음식보다, 이곳의 주민들이 즐길 수 있는 음식에 더 많은 초점을 두자’라는 것이었어요. 음식을 즐기는데도 순서가 있고 학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모두가 좋아하는 돈까스는 그 시작으로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음식이라고 생각했죠."   고성 돈까스 맛집 보배진의 등심카츠 정식 사진 김성현 약 3년간 호주 시드니에서 요리를 공부하고 강남구 청담동의 레스토랑 덱스터의 오픈 멤버로 2년 넘게 프랑스 요리를 선보이며 수많은 식도락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던 젊은 셰프가 부모님의 고향인 강원도 고성으로 내려왔다. 쉴 틈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도심을 떠나 바다를 낀 한적한 마을로 내려온 그가 선택한 음식은 돈까스.     남녀노소, 연령불문 모두가 편하고 맛있게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식당을 만들고 싶었던 이진우 셰프(30)는 자신의 추억이 축적된 시골 마을 한켠에 ‘보배진’의 문을 열었다. 지난 3월 문을 연 가게는 ‘珍’이라는 한자의 뜻 그대로 맛있는 음식을 선보이며 고성의 새로운 보물로 자리 잡고 있다.     ‘보배진’의 메뉴는 무척이나 단촐하다. 제주산 돼지고기로 만든 등심카츠 정식이 단일 메뉴이며, 사이드 메뉴로는 등심과 다른 매력을 지닌 ‘한입 안심’을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메뉴 밖에 없는 작은 식당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늘 문전성시를 이룬다.   겉은 바싹하고 속은 촉촉한 보배진의 한 입 안심 사진 김성현   가게가 문을 여는 11시 30분에 맞춰서 도착해도 1시간 정도의 기다림은 각오해야 한다. 끊임없이 손님이 몰아치며 8석의 좌석은 빈 자리가 생기는 즉시 다른 누군가로 채워진다. 이진우 셰프가 하루에 준비하는 식사는 약 40인분 안팎. 하지만 넘쳐나는 손님으로 오후 2시 전에 재료가 동 나는 일이 허다하다.     포크만 쓸 줄 아는 어린이부터 젓가락질이 능숙하신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손님들이 방문하지만, 이들은 돈까스를 먹고 하나같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음식을 파는 식당’이라는 이진우 셰프의 진심이 음식의 맛으로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이다.     강원도 고성까지 가서 무슨 돈까스를 먹냐고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보배진’은 그럴 가치가 있는 식당임에 틀림없다. 실력 좋은 셰프가 진심을 꾹꾹 눌러 담아 만든 한상의 돈까스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한적한 바닷가를 걷다 보면 ‘오길 잘했다’라는 생각과 함께 자연스레 입가에 미소를 띄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EAT   ‘보배진’에서 내놓는 모든 재료들은 지역의 색깔과 풍미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식당의 얼굴이 되는 돈까스는 제주산 돼지고기만을 사용해 만든다. 고소하고 달큰한 향을 품은 쌀은 고성 오대미를 사용하며, 양배추 역시 속초의 유기농을 고집하고 있다.     염지의 기본 베이스가 되는 생강은 전라도 완주산이며 고기의 풍미를 더하는 레몬은 제주산, 고추냉이 역시 철원의 맑은 물을 먹고 자란 재료만을 사용한다. 함께 곁들일 수 있는 잔소주로는 고성에서 빚은 달홀진주를 내놓는다.     주문 즉시 갈아서 내어지는 철원산 고추냉이. 최상의 재료에서 맛의 진가가 나온다. 사진 김성현 이처럼 지역의 식자재를 활용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이진우 셰프는 국내에는 좋은 재료가 없다고 생각했던 과거 편견을 고백했다.     “어리석은 생각이었죠. 잘 안다고 생각했던 지역일수록 오히려 더 모르는 재료가 많더라고요. 경험이 부족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부터 계속해서 탐구하고 노력하고 있어요. 결국 지역과의 상생이 곧 사업과 삶이 지속가능해지는 중요한 창구임을 깨닫게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보배진’이 내놓는 음식을 먹어보면, 그의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지방이 살짝 붙어있는 등심은 특유의 씹는 식감을 시작으로 살코기에서 육즙이 터져 나온다. 입 안은 기분 좋은 고기의 풍미로 가득 차오르지만, 그 속에서 돼지 특유의 불필요한 잡내는 전혀 느낄 수 없다.     여기에 소금을 살짝 찍는 순간 감칠맛이 폭발하며 오감을 자극한다.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좋은 고기를 정성 들여 튀겼다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다. 여기에 고기를 감싸고 있는 얇은 튀김은 바삭한 식감 뒤로 고소한 풍미를 더하며 돈까스의 맛을 한층 끌어 올려준다.     등심 보다 한층 부드러운 식감의 안심 역시 인상적이다. 소금이 살짝 뿌려진 상태로 나오는 안심은 육즙을 한가득 머금고 있어 ‘탱글탱글하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촉촉하다. 이름 그대로 한입에 넣는 순간 등심과는 다른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오대미로 지은 보배진의 냄비밥. 윤기와 코 끝을 채우는 고소한 밥의 향기가 침샘을 자극한다. 사진 김성현 신맛 이외에도 미네랄과 향긋함을 품고 있는 제주산 레몬을 뿌리면 또 한 번의 마법이 시작된다. 레몬이 갖고 있는 산미가 돈까스의 지방과 만나 훨씬 더 풍부하고 균형 잡힌 풍미를 뿜어낸다. 여기에 영업 시작과 함께 짓는 오대미 냄비밥은 매일 먹는 밥이 맛있는 음식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만든다.     눈을 즐겁게 하며 반짝거리는 윤기와 코 끝을 채우는 고소한 밥의 향기는 최근날짜로 도정되어진 오대미만 사용하는 셰프의 고집이 느껴진다. 공들여 지은 밥 답게 밥알 하나하나마다 꽉 차 있어 씹을수록 단맛과 고소함이 올라온다. 생생하게 살아있는 밥은 돈까스의 배경이 되어 전체적인 맛을 더욱 풍성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     ■ 보배진  「 · 주소 : 강원 고성군 토성면 토성로 148-1· 가격대 : 15,000원(등심카츠 정식)· 메뉴 : 등심카츠 정식 단일 메뉴, 한입안심 추가 가능· 대표 메뉴 : 등심카츠· 예약 안내 : 예약 불가. 현장 대기만 가능.  · 영업 시간 : 오전 11시 30분 오픈. 오후 2시 45분 라스트오더(매주 수요일, 목요일 휴무)· 주차 : 매장 앞 대로변 주차 가능    #돈까스 #강원도맛집 #고성맛집 」  김성현 cooking@joongang.co.kr   관련기사가오픈 기간에도 '꼭 가봐야 할 곳'으로 통하는 비결은 페어링 [쿠킹]면 씹지 말고 삼켜라…일본 소바만 13년 파고든 장인의 손맛 [쿠킹][쿠킹] “우리집에 놀러와요” 서울숲서 맛보는 특별한 ‘집밥’    

    2022.08.13 08:00

  • 가오픈 기간에도 '꼭 가봐야 할 곳'으로 통하는 비결은 페어링 [쿠킹]

    가오픈 기간에도 '꼭 가봐야 할 곳'으로 통하는 비결은 페어링 [쿠킹]

    한 끼 식사를 위해서 몇 달을 기다려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한 식당을 예약하기 위해 800통이 넘는 전화를 걸고, 10개월이 넘는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누구보다 먹고 마시는 것에 진심인 푸드 콘텐트 에디터 김성현의 〈Find 다이닝〉을 시작합니다. 혀끝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다이닝을 찾는(Find), 그가 추천하는 괜찮은(Fine) 식당을 소개할게요. 읽기만 해도 배가 부를 정도로 생생하고 맛있게 쓰여진 맛집을 만나보세요.   김성현의 Find 다이닝 ④ 빈호   와인과 음식 사이의 궁합, 페어링이 무엇인지 궁금한 당신에게 주는 정답지 미역과 토마토 주스를 곁들인 삼배체굴. 사진 김성현   STORY     “와인은 누구나 팔 수 있지만, 서비스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가치라고 생각해요. 재단하고 정량화하기 어렵죠. 셰프 출신 소믈리에로서 음식과 와인의 궁합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해요. 같은 와인을 먹어도 최적의 상태로 200점의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것, 그게 저의 역할이고 제가 잘할 수 있는 장기죠”     서울의 모든 맛집이 모여 있는 강남 한복판, 논현동의 북적거리는 도로를 지나 조용하고 한적한 언덕 위 새롭게 문을 연 와인 다이닝바 ‘VINHO(빈호)’의 대표 김진호(35) 소믈리에의 말이다.     빈호의 대표 김진호 소믈리에. 사진 김성현 호주 멜버른에서 요리를 배운 김 대표는 덴마크 코펜하겐의 ‘제라늄(Geranium)’과 한국의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밍글스’에서 7년간 경력을 쌓으며 유려하면서도 섬세한 접객으로 이름을 알렸다. 빈호엔 일본 츠지조리사전문학교에서 수학하고 오사카의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라심(La Cime)과 플로레레쥬(Florilège)에서 경력을 쌓은 뒤 ‘밍글스’에서 호흡을 맞췄던 전성빈(31) 셰프가 함께하고 있다. 오는 7월 정식 오픈을 앞두고 있는데, 가오픈 기간임에도 빠르게 입소문을 타며 ‘푸디’(foodie∙식도락가)와 와인 마니아들에게 ‘꼭 가봐야 하는 공간’으로 통한다. 현재 예약 위주로 진행되는 특성상 현장에서 아쉬운 발길을 돌리는 이들도 있다.     ‘빈호’의 가장 큰 무기와 매력은 파인다이닝에서나 맛볼 수 있는 수준급 요리와 그 요리를 더욱 살려주는 기막힌 와인 페어링이다. 유명 생산자의 와인은 물론이고,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에서 주목받는 생산자부터 다른 곳에서는 보기 어려운 지역 토착 품종의 와인까지. 식사 내내 줄줄이 이어지는 와인의 향연은 그 자체로도 맛있지만, 음식과 만나며 경험해보지 못했던 놀라운 궁합을 선보인다. 와인과 음식에 대한 김 대표의 진심과 내공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룸과 홀, 주방까지 모든 경계를 없애 시원한 빈호의 내부. 사진 김성현 통유리 너머로 널찍하고 시원하게 뻗은 공간, 룸과 홀을 비롯해 주방까지 모든 경계를 없앤 ‘빈호’의 인테리어 또한 인상적이다. 이곳의 공간은 고객이 셰프∙소믈리에와 자유롭게 소통하며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힘을 지녔다. 마치 하나의 무대 같은 이곳에 모인 이들은 서로 행복을 주고받으며, 음식과 와인이 주는 즐거움을 공유하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EAT 이해가 어려운 복잡한 음식 혹은 어려운 조합은 이곳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음식과 와인 모두 직관적인 맛을 터트리며 기분 좋게 미각을 자극한다. 그러나 ‘직관적’이라는 표현이 결코 ‘단순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빈호’가 선보이는 음식과 함께 나오는 와인에는 예상치 못한 의외성과 다양성이 존재한다.         버터 레터스로 잿방어를 감싼 타르타르. 사진 김성현 신선한 삼배체굴은 미역으로 씹는 재미를 더하고 토마토 주스를 곁들여 입에 달라붙는 감칠맛을 만들어낸다. 제철 생선을 다져 버터레터스로 감싼 타르타르 역시 가츠오부시 크림이 함께 하며 예상치 못한 독특한 풍미를 더 한다. 녹진한 맛으로 무장한 제주산 아스파라거스와 전복은 계란 샐러드가 신선함을 유지하며 밸런스를 잡아준다.     함께 곁들여지는 와인은 한 모금 마시는 순간 음식과 궁합을 고려해 준비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어지는 모든 와인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맛있지만, 음식이 가진 캐릭터를 한층 더 끌어올리며 입맛을 자극한다. 비장탄에 구워 기름진 고소함을 한층 더 끌어올린 덕자는 유질감이 있는 와인과 함께하며 색다른 재미를 준다. 때로는 적당한 산미나 미네랄 뉘앙스를 갖춘 와인들이 해산물과 기분 좋은 궁합을 보인다. 이 모든 것이 결코 재료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이뤄진다.     비장탄에 구운 덕자와 쌉사름한 겨자채와 커리소스. 사진 김성현 달큰한 파스닙과 함께하는 오리 요리 역시 ‘겉바속촉’의 정수처럼 느껴진다. 바삭한 껍질과 부드럽고 촉촉한 속살은 높은 수준의 완성도로 기분 좋은 놀라움을 안긴다. 식어도 비린 향과 맛은 느껴지지 않는 양고기 역시 일품이다. 튀긴 마늘을 넣은 하리사 소스와 소시지로 속을 채운 호박꽃은 양고기의 맛을 한층 더 다양하게 꾸며준다. 여기에 매칭되는 와인들은 재료가 가진 특정 캐릭터를 더욱 강화하거나, 보완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코스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장한나(24) 파티시에의 디저트 또한 일품이다. 한국 전통 디저트인 약과는 참깨와 코코넛을 만나 마지막까지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위스키 시럽에 절인 튀긴 약과는 깊이 있는 달콤함을 뿜어내고 참깨와 코코넛을 인퓨징한 아이스크림에서는 결이 다른 고소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 VINHO(빈호) 「 · 주소 : 서울 강남구 학동로43길 38 지상 162호 · 가격대 : 2만~3만원대(단품), 13만원(코스) · 메뉴 : 코스 혹은 단품 메뉴 주문 가능(코스 이용 시 라스트오더 20시, 단품 이용 시 라스트오더 22시. 주류 주문 필수) · 대표 메뉴 : 제철생선 타르타르, 오리구이, 참깨 코코넛 디저트 등 · 예약 안내 : 예약 플랫폼 ‘캐치테이블’ 이용 또는 빈호 공식 인스타그램 문의   · 영업 시간 : 오후 6시 오픈. 매주 일요일, 둘째·넷째 월요일(격주) 휴무 · 주차 : 건물 내 지하 주차장 이용 가능. 2시간 30분까지 무료 이용   #와인페어링 #와인바 #다이닝바 」  김성현 cooking@joongang.co.kr  관련기사면 씹지 말고 삼켜라…일본 소바만 13년 파고든 장인의 손맛 [쿠킹][쿠킹] “우리집에 놀러와요” 서울숲서 맛보는 특별한 ‘집밥’ [쿠킹] 쏟아지는 튀김 소리, 입과 귀를 감동시킨 키이로    

    2022.06.25 08:00

  • 면 씹지 말고 삼켜라…일본 소바만 13년 파고든 장인의 손맛 [쿠킹]

    면 씹지 말고 삼켜라…일본 소바만 13년 파고든 장인의 손맛 [쿠킹]

    한 끼 식사를 위해서 몇 달을 기다려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한 식당을 예약하기 위해 800통이 넘는 전화를 걸고, 10개월이 넘는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누구보다 먹고 마시는 것에 진심인 푸드 콘텐트 에디터 김성현의 〈Find 다이닝〉을 시작합니다. 혀끝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다이닝을 찾는(Find), 그가 추천하는 괜찮은(Fine) 식당을 소개할게요. 읽기만 해도 배가 부를 정도로 생생하고 맛있게 쓰여진 맛집을 만나보세요. 김성현의 Find 다이닝 ③ 하루 "구수한 메밀 뒤로 이어지는 쯔유의 감칠맛, 장인정신이 깃든 최고의 소바" 수타 소바 전문점 '하루'의 대표 메뉴, 자루소바. 사진 김성현 STORY    ”일본에서 소바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이들은 셰프가 아닌 쇼꾸닝(しょくにん∙장인)으로 불립니다. 소바를 손으로 제대로 만드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죠. 소바를 만들기 시작한 지 8년이 지나서 처음 ‘쇼꾸닝’이라고 불렸는데, 아직도 부끄럽습니다. 매일이 도전이죠.”   용인시 한적한 골목에 위치한 '하루'는 일본 손님들도 많이 찾는 유명 소바 맛집이다. 사진 김성현   용인시 동백구의 한적한 골목에 위치한 수타 소바 전문점 ‘하루’의 대표 정준모(41) 씨의 말이다. 일본 핫토리 요리학교를 나와, 약 13년간 소바라는 음식 하나만 파고 들었던 그는 도쿄의 유명 수타 소바 전문점 이시츠키(Ishi Zuki (手打ちそば 石月))에서 9년간 업력을 쌓았다. 마지막 2년은 주방장으로서 이시츠키를 책임졌고 현지에서도 ‘쇼꾸닝’으로 통했다.   한국을 넘어 일본과 비교해도 부끄럽지 않은, 경쟁력 있는 소바집을 만들고 싶었던 그가 ‘하루’의 문을 연 것은 지난해 6월. 한국에서 제일 좋다는 메밀을 수소문해 찾아낸 제주산 메밀로만, 하루도 쉼 없이 즉석에서 면을 만들어낸다. 가게 입구에는 일본에서 직접 공수한 화강암 맷돌이 계속해서 돌아가며 손님을 맞이할 채비를 하고 있다.   노력과 정성을 기울여 소바 면을 만드는 정준모 대표. 사진 김성현   15인분의 면을 만들기 위해 걸리는 시간만 꼬박 40분. 곱게 가루를 내리고, 힘껏 반죽하고, 칼로 면 하나하나를 잘라내는 과정은 모두 정준모 대표의 손을 거친다. 그는 “바로 갈고, 바로 썰고, 바로 삶아 내는, 일본식 표현으로 ‘삼타테(三たて)’가 좋은 소바의 필수 조건”이라며 “몸이 힘들더라도 기본을 지키는 것에만 충실하다면 맛이 없는 소바가 나올 수가 없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가게에는 현지의 맛을 느끼고 싶은 일본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다.    EAT   메밀의 단맛과 쯔유 특유의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하루'의 자루 소바. 사진 김성현   비빔밥은 섞어서 먹고, 규동은 비비지 않아야 한다, '반드시'라는 절대적인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먹었을 때 음식을 만든 이가 의도한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이곳의 대표 메뉴인 자루 소바 역시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약간의 노력과 연습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면을 한 젓가락 집어 입에 넣어 꼭꼭 씹어보면, 메밀의 구수함과 재료가 가진 본연의 독특한 단맛이 올라온다.   면이 가진 맛을 즐겼다면, 이제부터는 왼손에는 쯔유가 담긴 그릇을 들고, 적은 양의 면을 살짝 쯔유에 찍은 채 마치 마시듯 ‘후루룩’ 소리를 내며 먹어보자. 메밀의 단맛 뒤로 쯔유 특유의 풍미가 퍼져 오른다. 면을 씹으면 메밀이 지닌 맛이 더욱 짙게 느껴진다. 그러나 다소 낯설게 느껴질지라도 면을 씹지 않고 그대로 삼키는 것을 추천한다. 칼로 직접 썰어내 각이 살아있는 면이 목 뒤를 넘어가는 순간, 전에 없던 쾌감이 온몸을 감싼다.   쯔유에 면을 푹 담가 먹는 익숙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한다면 소바라는 메뉴가 가진 진정한 매력을 만날 수 있다. 목을 타고 내려가는 면은 마치 살아있다고 느껴질 정도로 생기가 있고, 기분 좋은 짭짤함과 고소함의 하모니는 손을 멈출 수 없게 할 정도로 중독성이 강하다.   따뜻한 오리고기 국물과 시원한 소바를 함께 곁들인 '하루'의 별미, 카모 쯔케 소바. 사진 김성현   진하고 깊이 있는 풍미의 따뜻한 오리고기 국물과 시원한 느낌의 소바를 함께 곁들이는 카모 쯔케 소바 역시 별미다. 국물의 온도와 면의 온도가 달라 처음에는 어색할 수 있지만, 두 가지 재료는 입 안에서 색다른 맛을 뽑아낸다. 메밀의 고소함과 오리고기가 가진 고소함, 두 종류의 각기 다른 고소함은 잠들었던 미각을 일깨운다.   '하루'의 튀김 요리는 주문 즉시 조리에 들어가고 한번에 튀기지 않아 완벽한 '겉바속촉'을 자랑한다. 사진 김성현   주문 즉시 조리에 들어가는 튀김 역시 ‘하루’의 강력한 무기다. 언제나 최상의 음식을 대접하고 싶다는 정 대표는 재료를 한 번에 튀기지 않는다. 순동 냄비에 몸을 담근 재료들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다. 속은 촉촉하되 겉은 완벽하게 바삭하다. 그야말로 훌륭한 튀김의 표본과 같다.   그가 일본에서 10년 넘게 손질하며 노하우를 쌓은 에도마에 식재료(도쿄 앞바다에서 잡히는 아나고(장어)와 새우, 보리멸 등)로 만든 튀김은 동네 흔한 소바집에서의 평범한 그것을 예상했던 이들의 편견을 깰 정도로 빼어난 퀄리티를 보여준다. 취향에 따라 준비된 말차소금을 곁들이면 재료와 튀김 이외에 색다른 감칠맛이 더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 하루 「 · 주소 : 경기 용인시 기흥구 동백5로 22   · 가격대 : 2~3만원대(소바와 튀김 포함) · 메뉴 : 수타소바, 덴푸라 · 대표 메뉴 : 자루 소바, 새우 붕장어 덴푸라 소바, 카모쯔케 소바 등 · 예약 안내 : 031-679-0007 · 주차 : 2시간 30분 무료 #수타소바 #덴푸라 #일식 #장인정신  」    김성현 cooking@joongang.co.kr    관련기사[쿠킹] “우리집에 놀러와요” 서울숲서 맛보는 특별한 ‘집밥’ [쿠킹] 찌개는 그만! 술자리에도 잘 어울리는 순두부 프라이팬밥난 변비 아니라 필요없다? 당신이 몰랐던 파·당근·버섯 비밀 [쿠킹][쿠킹] 가지·애호박·피망·토마토 익숙한 채소로 만든 지중해풍 덮밥

    2022.05.22 05:00

  • [쿠킹] “우리집에 놀러와요” 서울숲서 맛보는 특별한 ‘집밥’

    [쿠킹] “우리집에 놀러와요” 서울숲서 맛보는 특별한 ‘집밥’

    한 끼 식사를 위해서 몇 달을 기다려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한 식당을 예약하기 위해 800통이 넘는 전화를 걸고, 10개월이 넘는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누구보다 먹고 마시는 것에 진심인 푸드 콘텐트 에디터 김성현의 〈Find 다이닝〉을 시작합니다. 혀끝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다이닝을 찾는(Find), 그가 추천하는 괜찮은(Fine) 식당을 소개할게요. 읽기만 해도 배가 부를 정도로 생생하고 맛있게 쓰여진 맛집을 만나보세요.   김성현의 Find 다이닝 ② 리브나    “강강강강강강강강! 맛으로 꽉 찬 여덟가지 코스로 함께 나누는 즐거움”     서울숲 인근에 자리한 리브나는 가장 특별한 집밥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사진은 리브나의 대표 요리인 라구 페스츄리. 사진 김성현 Story     영화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영화와 사랑에 빠지는데 세 단계를 거친다는 이야기가 있다. 같은 영화를 다시 보는 것이 첫 번째, 두 번째는 영화와 관련된 글을 쓰는 것이다. 마지막 단계는 무엇일까. 결국엔 직접 영화를 만들어 자기만의 영화를 세상에 내놓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서울숲과 성수역 사이 작은 골목에 문을 연 ‘리브나’는 음식과 사랑에 빠진 한 사람의 뜨거운 열정이 녹아 있는 공간이다.     서울숲 인근 작은 골목에 자리한 리브나는 최근 미식가들 사이에 꼭 가봐야할 곳으로 꼽힌다. 사진 김성현   IT 대기업을 다니다가 본격적으로 요리에 뛰어든 리브나의 기재필 대표는 약 10년 전부터 자신의 집에서 지인들에게 정성스레 음식을 대접했다. 시간이 갈수록 요리를 하는 즐거움과 음식을 나누는 행복감에 더욱 빠져들었다고. 그의 꾸준함이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은 약 3년 전. 그가 차려낸 16코스의 음식은 식도락가와 미식가들 사이에서 어느새 그의 이름인 재필과 오마카세가 합쳐진 ‘재마카세’로 불리기 시작했다. 여느 레스토랑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았던 그의 요리는 점차 입소문을 탔다.     결국 기 대표는 큰 결심 끝에, 재마카세를 하나의 공간으로 확장해 리브나를 기획했다. 회사에서도 재미를 느꼈던 그였지만, 요리하는 순간 자신이 진정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리브나가 시작됐다. 누군가의 집에 초대받아 편안한 분위기에서 즐기는 음식, 맛있는 추억을 더 많은 이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은 마음은 이곳의 초석이 되었다.   현재 리브나는 기재필 대표를 중심으로 김정진 셰프와 김민제 셰프, 최인수 매니저가 함께 꾸려가고 있다. 애정을 가진 일에 노력이 더해진 결과물을 맛보고 싶다면, 음식과 요리에 진심으로 빠져 있는 이들을 만나고 싶다면 리브나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지다.   리브나는 기재필 대표를 포함해 요리에 진심인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공간은 이들의 열정만큼 따뜻한 분위기다. 사진 김성현   Eat    이탈리안과 일식에 애정을 쏟으며 오랜 시간 다듬어온 오너 셰프의 취향이 담겨있지만, 리브나의 음식을 특정 나라나 특정 스타일로만 정의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기본적으로 이곳의 콘셉트와 모토처럼 8개의 코스 전체가 ‘누군가의 집에 초대받아 편안한 분위기에서 즐기는 음식’으로 구성돼 있다. 놀라운 것은 각 메뉴의 완성도다. 취미로 시작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빼어난 퀄리티의 요리가 계속되며, 각 메뉴는 마치 정성스럽게 만든 선물이라는 인상을 준다.     3~4년간의 노력 끝에 만든 라구 페스츄리. 이탈리아의 정통 라구에 바삭한 페스츄리를 더한 대표 메뉴. 사진 김성현와 음식 사진. 사진 김성현 ‘재마카세’ 당시 카레를 만드는 데만 꼬박 일주일의 시간을 들였다는 그의 습관과 완성도에 대한 고집은 여전히 여러 메뉴에서 맛볼 수 있다. 리브나의 대표 메뉴로 꼽히는 라구페스츄리는 기 대표가 약 3~4년간 다양한 고민과 실험 끝에 만들었다. 질 좋은 재료와 직접 만든 스톡은 녹진하면서도 깊은 풍미를 내며 이탈리아의 정통 라구를 떠오르게 한다. 여기에 바삭한 식감의 페스츄리와 고소함을 더 하는 치즈와 생허브를 넣어, 리브나만의 라구로 다시 탄생했다.     많은 이들이 감동하는 메뉴로 꼽는 티라미수는 좋은 재료에 대한 집착이 단연 돋보인다. 신선하고 좋은 달걀, 생크림, 치즈만 엄선해 만들었는데, ‘기분이 좋아진다’라는 티라미수의 속뜻처럼 한입 가득 넣는 순간 행복감이 몰려온다. 느끼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기분 좋은 단맛이 촉촉한 레이어 사이로 느껴지며 손을 멈출 수 없게 만든다.     앙배추 특유의 단맛과 발사믹 소스의 감칠맛, 퓌레의 담백함이 조화로운 양배추 디글래이즈. 사진 김성현 양배추가 가진 본연의 단맛과 담백함이 조화로운 디글래이즈 역시 일품이다. 오븐에서 구운 양배추는 재료가 품은 달콤함이 입 안에서 폭발한다. 새콤하면서도 캐러멜의 풍미를 지닌 발사믹 소스는 감칠맛을 배가시키고, 담백한 양배추 퓌레가 밸런스를 잡아준다. 양배추란 하나의 재료에서 다양한 맛을 함께 즐기는 재미도 즐길 수 있다. 너무 무르지도 않도록 식감을 살려낸 양배추와 퀴노아, 파프리카, 셀러리 등으로 만든 채소 모음이 더해지며 씹는 재미까지 놓치지 않는다.       ■ 리브나 「 · 주소 : 서울 성동구 뚝섬로 366-46 1층 · 가격대 : 10만원대 · 메뉴 : 8코스 오마카세(18시 30분, 19시 중 택일. 한 타임 운영. 주류 주문 필수) · 대표 메뉴 : 라구 페스츄리, 굴 오븐 구이, 티라미수 등 · 예약 안내 : 예약 플랫폼 ‘캐치테이블’ 이용 · 주차 : 오후 7시 이후 빈 곳에 주차할 수 있나 공간이 협소한 관계로 대중교통 이용 추천  #재마카세 #오마카세 #양식 #따뜻함 #초대 #모임     」  김성현 cooking@joongang.co.kr     ※ 중앙일보 쿠킹에서는 요리 전문가의 레시피와 일상 속 건강한 팁을 소개하는 뉴스레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 요즘 뜨는 레시피, 건강하게 먹는 팁, 꼭 가봐야할 맛집 정보 등이 궁금하신 분들은 쿠킹의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세요.   관련기사[쿠킹] 쏟아지는 튀김 소리, 입과 귀를 감동시킨 키이로10분이면 끝…'바삭 쫄깃' 치킨 감쌌다, 요즘 핫한 이 재료 [쿠킹][쿠킹] 17년 쉬지 않고 달려온 아빠를 위한 막걸리 한 잔[쿠킹] 실습 시간에 처음 배운 추억의 요리 ‘양배추 채소 롤’  

    2022.04.24 00:10

  • [쿠킹] 쏟아지는 튀김 소리, 입과 귀를 감동시킨 키이로

    [쿠킹] 쏟아지는 튀김 소리, 입과 귀를 감동시킨 키이로

    한 끼 식사를 위해서 몇 달을 기다려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한 식당을 예약하기 위해 800통이 넘는 전화를 걸고, 10개월이 넘는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누구보다 먹고 마시는 것에 진심인 푸드 콘텐트 에디터 김성현의 〈Find 다이닝〉을 시작합니다. 혀끝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다이닝을 찾는(Find), 그가 추천하는 괜찮은(Fine) 식당을 소개할게요. 읽기만 해도 배가 부를 정도로 생생하고 맛있게 쓰여진 맛집을 만나보세요.        김성현의 Find 다이닝 ①키이로  단 하나의 메뉴, 오직 튀김만으로 맛과 재미를 모두 잡은 공간” 튀김 오마카세 메뉴만 선보이는 '키이로'. 점심 예약은 올해 8월까지, 저녁 예약은 연말까지 마감됐을 정도로 인기다. 사진 김성현  ━  Story     시끌벅적한 가로수길 골목 속 ‘이곳이 맞나?’라는 의문도 잠시, 문을 여는 순간 작고 아담한 공간에 8명이 나란히 앉을 수 있는 바 형식의 일본식 테이블이 모습을 보인다. 튀김 오마카세 전문점 ‘키이로’다. 일본어로 노란색을 뜻하는 ‘키이로(きいろ)’답게 이곳은 먹음직스러운 황금색 튀김을 연상케 하는 노란색으로 사방이 꾸며졌다. 눈으로 자극된 식욕은 이내 고소한 튀김향까지 이어지며 기대감을 끌어올린다.     황금색 튀김을 연상시키는 노란색으로 꾸며진 키이로 내부. 사진 김성현 튀김 오마카세라는 다소 낯선 장르의 음식을 선보이는 윤태호 셰프와 박영욱 셰프는 한국에서도 맛있는 제철 재료로 일식 튀김인 덴푸라의 매력을 알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지난해 11월 키이로를 열었다. “그저 신선한 재료를 튀겨드리는 것이 유일한 노하우”라고 말하는 이들의 노력은 매일 같이 바뀌는 메뉴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질 좋은 채소는 언제나 신선한 최상의 상태로 손님 앞에 놓인다. 커다란 붕장어 한 마리를 통째로 튀기는 붕장어도 인상적이지만, 두 셰프가 자신 있게 내놓는 대표 메뉴는 당근 튀김이다. 저온에서 튀겨진 미니 당근은 당근 특유의 향 대신 군고구마 같은 풍미를 뿜어낸다. 여기에 감칠맛과 기분 좋은 단맛이 어우러지며 당근을 싫어하는 이들 또한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다.      ━  Eat   제철 신선한 재료를 즉석에서 손질해 튀겨내, 재료 본연의 맛을 즐기기 좋다. 사진은 두릅튀김, 사진 김성현 ‘신발을 튀겨도 맛있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재료가 무엇이든 기름에 튀기기만 하면 맛있다는 뜻이지만, 키이로에서 그런 농담은 결례다. 오픈 키친 앞에서 이들이 튀김을 만드는 과정을 보고 있자면, 결코 튀김이라는 음식을 쉬이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채소와 해산물 위주로 구성된 코스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재료와 기름의 신선함이다. 아무리 좋은 원물도 관리되지 않은 기름 안에서는 본연의 맛을 잃는다. 물론 좋은 기름이 있을지라도 원물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키이로가 재료와 기름에 대해 철저하고 엄격하게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눈과 귀 그리고 마지막 입을 통해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당일 코스에 사용할 신선한 재료들. 사진 김성현 일본 현지의 고급 덴푸라야와 마찬가지로 키이로 역시 즉석에서 재료를 손질해 곧장 튀겨낸다. 칼이 닿는 순간 재료가 변하기 때문에, 이들은 재료를 미리 손질하지 않는다. 키이로의 윤태호 셰프는 “덴푸라는 튀김옷이 얇기 때문에 재료가 훤히 보인다. 또한 재료의 맛으로 먹기 때문에 좋은 재료가 아니면 티가 날 수밖에 없다”며 재료가 품고 있는 맛에서 모든 것이 출발한다고 강조했다. 그날 준비된 재료들은 손님 앞에서야 비로소 기름으로 들어갈 채비를 하게 된다. 이윽고 맑은 기름에 들어간 재료들은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튀김으로 거듭난다. 쏟아지는 비처럼 공간을 가득 메우는 튀김 소리는 어떤 음악보다도 흥겹고 아름답게 귀에 들어온다.     키이로가 선보이는 튀김은 굉장히 직관적이다. 같은 새우라도 각기 다른 조리 방식으로 새로운 풍미를 선보인다. 이를테면, 첫 번째 새우는 약간 덜 익혀 원물이 가진 달큰하면서도 풍부한 해산물의 맛을 살려낸다. 이어지는 두 번째 새우는 앞선 새우보다 조금 더 익혀내며 씹는 맛과 함께 고소함을 한층 더 끌어올리는 식이다. 이들의 마법은 연근, 두릅, 가지, 단감, 잎새버섯 등의 야채에서도 이어지는데 ‘튀긴다’라는 조리 방식을 통해 채소 본연의 맛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린다.     코스를 물리지 않게 만들어 주는 요소도 다양하다. 사진은 바질 토마토. 사진 김성현 물리지 않고 코스를 맛있게 완주할 수 있는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하는 요소도 주목할 만하다. 튀김과 곁들이는 텐쯔유 소스는 무를 곱게 갈아 넣어 입 안을 개운하게 만들며 자칫 느끼할 수 있는 튀김을 보완해준다. 코스 중간중간 바질 토마토를 비롯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도 익숙한 물회, 동치미 역시 클렌저의 역할로 깔끔하게 입 안을 정리해준다.       ■ 키이로  「 ·주소 : 서울특별시 강남구 논현로153길 51 ·가격 : 4만원 ·메뉴 : 튀김 오마카세(13시∙19시 각 한 타임. 주류 주문 필수)  ·대표 메뉴 : 당일 재료 수급 상황에 따라 메뉴 구성 변화 ·예약 안내 : 예약 플랫폼 ‘캐치테이블’ 이용  ·주차 : 매장 옆 유료주차장 이용    #오마카세 #튀김 #채소 #해산물 #일식 」    ※ 중앙일보 쿠킹에서는 요리 전문가의 레시피와 일상 속 건강한 팁을 소개하는 뉴스레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 요즘 뜨는 레시피, 건강하게 먹는 팁, 꼭 가봐야할 맛집 정보 등이 궁금하신 분들은 쿠킹의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세요.   관련기사[쿠킹] 한국인이 소주 찾을 때 미국인은 버번위스키 마신다[쿠킹] 아침을 여는 커피 ‘에스프레소’[쿠킹] 누구나 좋아할 맛…상큼한 한라봉 소스를 더한 닭봉구이[쿠킹] 식단 관리 중이지만 탄수화물이 당길 때 먹는 파스타

    2022.03.26 08:40

  • [쿠킹] 크리스마스 선물로 좋은 스모어쿠키, 눈물 젖은 황금 레시피 완성기

    [쿠킹] 크리스마스 선물로 좋은 스모어쿠키, 눈물 젖은 황금 레시피 완성기

    맛있는 음식을 잘 먹는 재주밖에 없던 요리 초보 ‘COOKING 인턴’들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인턴 생활을 하며 요리에 진심인 많은 분을 만나게 되었고, 나를 돌보는 데 꼭 필요한 첫 번째 기술이 바로 ‘요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죠. 요리는 처음이라 서툴지만, 진심을 담은 ‘요리 세포 성장 일기’를 시작합니다.   요리 세포 성장 일기 ② 크리스마스 선물용 쿠키 만들기   형형색색 불빛으로 수놓아진 거리와 곳곳에서 들려오는 캐럴. 크리스마스에 대한 설렘이 커져갑니다. 언제나 특별한 날을 앞두면 소중한 사람들에게 어떤 선물을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되는데요, 마침 온라인 몰 에서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한 다채로운 쿠키 선물 세트를 선보이죠. 무엇을 살까 고민하던 찰나, 쿠키를 직접 만들어서 선물해볼까 하는 의욕이 생겼습니다. 조금 서툴더라도 직접 만든 쿠키를 선물하는 것만큼 특별하고 의미 있는 게 또 있을까요. 쿠킹 인턴으로서 요리 세포도 성장 중이겠다, 그리하여 시작된 우리의 인생 첫 베이킹 도전!   스모어 쿠키를 만들자! 과자 사이에 구운 마시멜로와 초콜릿을 올려서 먹는 스모어 간식. 사진 unsplash   선영 : 쿠키 반죽에 마시멜로만 넣어서 구우면 끝인데? 지현 : 그래 이거다!   우리가 선택한 첫 베이킹 도전 메뉴는 ‘스모어 쿠키’입니다. 크리스마스 디저트로 잘 어울리고 초보자에게도 어렵지 않기 때문인데요. ‘스모어’는 미국이나 캐나다 등에서 과자 위에 구운 마시멜로와 초콜릿을 올려서 먹는 캠핑용 간식입니다. ‘좀 더’라는 의미의 ‘some more’를 축약한 이름으로, 한번 맛보면 계속 먹고 싶어질 만큼 맛있는 간식이죠. 이 간식을 응용한 구움 과자가 바로 지금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스모어 쿠키’입니다. 두툼하고 달콤 쫀득한 맛, 다양한 토핑으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는 점이 스모어 쿠키를 대유행시켰고, 이제는 한국에서도 대중적인 디저트가 됐습니다. 다양한 모양새를 자랑하기 때문에 입맛도 취향도 가지각색인 친구들 선물용으로 제격인 것 같은 스모어 쿠키! 만족스러운 메뉴를 발견한 우리는, 성공적인 베이킹을 위해 만반의 준비에 돌입했습니다.   혼돈의 쿠키 만들기 스모어 쿠키를 만들기 위한 재료를 꺼내고 있다. 사진 박선영 먼저 온라인상의 여러 가지 레시피 소스를 참고해서 우리만의 ‘스모어 쿠키 레시피 카드’를 만듭니다. 이어 ‘말차’와 ‘초코’, ‘기본’ 세 가지 맛의 쿠키 반죽 재료부터 초콜릿, 초코펜, 각종 과자류 등등 데코레이션 재료까지 한가득 준비하고요. 그리고 초보자도 사용이 쉬운 에어프라이어가 구비된 쿠킹 스튜디오를 찾아 대여. 이것으로 준비 끝!    이젠 속전속결로 베이킹할 차례. 첫 단계인 반죽 만들기 시작! 요리 초보자에게 ‘레시피에 충실하게 만들기’는 기본이죠. 우리의 레시피 카드에 의지해서, 계량 저울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버터와 설탕 그리고 밀가루를 소분하고 잘 섞어줍니다. 베이킹파우더를 체에 치다가 온 사방에 흩뿌리기도 하고 “#”모양으로 반죽을 섞는 폼은 조금 엉성하지만, 마음만은 이미 #파티시에 #성공적. 예쁘게 만들어질 쿠키를 상상하며 마냥 즐거운 우리는 완성된 반죽을 냉장고에 휴지하는 동안 쿠키를 포장 봉투를 준비하고, 친구들에게 쿠키와 함께 줄 편지도 기분 좋게 써 내려 갑니다. 그런데….   선영 : 우리 시간이 없으니 냉장 휴지는 30분 만 하자! 지현 : 그래. 적당히 굳으면 되는 거겠지?   반죽 준비에 고군분투하느라 어느덧 우리에게 남은 스튜디오 대여 시간은 두 시간 남짓. 마음이 급해진 우리는 반죽 냉장 휴지 시간을 1시간에서 30분으로 줄이기로 합니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냉장 휴지한 쿠키 반죽을 둥글넓적하게 성형하는 모습. 사진 박선영   휴지를 마친 반죽을 50g씩 소분해 둥글넓적하게 성형한 후 드디어 에어프라이어에 구워 줍니다. 우리의 레시피 카드에 적힌 그대로, ‘160℃에서 8분’ 정도 예열한 에어프라이어에 반죽을 넣고 ‘180℃에서 10분’을 구운 후 두근대는 마음으로 꺼내 본 결과는.    ‘지옥에서 온 스모어 쿠키’가 나왔다! 크게 부풀어 오른 마시멜로가 까맣게 탄 모습. 사진 박선영 새까맣게 타버린 스모어 쿠키. 사진 박선영 완벽한 레시피 카드를 만들었고 그 레시피에 충실했다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쿠키보다 크게 부풀어 오른 마시멜로와 말차 반죽의 녹색 빛깔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새까맣게 타버린 쿠키를 바라보며 망연자실했습니다. 총 9개 중 타지 않은 쿠키는 겨우 2개. 이마저도 쿠키 반죽만 먼저 구워내고 나중에 마시멜로를 얹어서 몇 분 더 가열하는 방식으로 완성했습니다. 친구에게 선물하기 미안할 정도의 모양새에 한 개씩 맛을 보는데, 억울하게도 맛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견과류가 씹히는 반죽은 적당한 단맛에 고소했고 색을 잃은 말차 쿠키의 은은한 녹차 향이 취향 저격이었습니다.    하지만 맛과 대비되는 괴물 같은 비주얼에 다시 울적해진 우리. 당연히 성공을 확신했던 오만함을 반성하며, 실패한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보고 우리 같은 ‘생초보’도 실패하지 않을 ‘진짜 황금 레시피’를 구해야겠다고 결심했죠. 그렇게 우리의 마음처럼 까맣게 타버린 쿠키를 가지고, 레시피의 문제점을 찾아내 줄 전문가를 찾아 나섰습니다.     눈물 젖은 스모어 쿠키와 ‘진짜’ 황금 레시피 우리는 미국의 요리학교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에서 베이킹을 공부하고 현재 이탈리아 레스토랑 ‘몰토베네’를 운영하는 권은경 대표님의 자문을 통해 스모어 쿠키 만들기에 실패한 원인 세 가지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① ‘냉장 휴지 시간’. 스모어 쿠키는 반죽에 마시멜로를 넣어 만두를 빚듯이 손으로 오래 만지기 때문에 반죽이 더 빨리 녹는다고 합니다. 무조건 1시간 이상, 충분한 휴지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   ② ‘에어프라이어 온도’. 저희는 온라인에서 발견한 레시피대로 ‘180℃에서 10분’ 구워냈는데요, 에어프라이어는 종류별로 열풍의 세기가 다르므로 다양한 온도에서 테스트해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170℃로 온도를 낮춰서 한번 구워보고, 구워지는 과정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며 적당히 갈색으로 노릇해졌을 때 꺼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 ③ ‘계란의 양’. 계란 1개는 사이즈에 따라서 무게가 30g 정도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고 해요. 저희는 계란의 크기를 고려하지 않고 개수만 생각하고 넣었는데요, 그래서 수분량이 부족한 쿠키가 구워졌기 때문에 ‘60g’을 정확하게 계량한 후에 넣어 주어야 합니다!   그렇게 전문가님의 자문을 얻어 완성한 진짜 '스모어 쿠키 레시피'를 공개합니다! 전문가 자문을 받아 완성한 스모어 쿠키 레시피. 사진 박선영 아마 저희처럼 온라인상에 떠도는 베이킹 레시피들을 보고 섣부르게 도전하다 실패하는 경우가 많을 텐데요, 스모어 쿠키의 ‘진짜’ 황금 레시피’와 기사 하단에 ‘초보자를 위한 베이킹 팁’을 함께 참고하시면 첫 베이킹 도전도 어렵지 않게 성공하실 거에요!   하다 보면 늘겠지! 못생겨도 귀여운 쿠키 선물 9개 중 타지 않고 살아남은 스모어 쿠키. 사진 박선영 우리의 스모어 쿠키가 모양새는 영 아니었지만, 덕분에 친구들과 배꼽 잡고 웃을 수 있는 추억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새삼 쿠키만큼 좋은 선물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못생기게 만들어도 귀엽고, 받는 사람이 즐거워할 만한 것은 쿠키만 한 게 없지 않을까요. 여러분은 저희의 실패를 통해서 얻은 눈물의 황금 레시피로 실패 없는 스모어 쿠키 선물에 도전해보시고 더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시길 바랍니다. 그럼 메리 크리스마스!   “직접 요리한 소감은요”   지현 : 쿠키가 다 타버린 건 조금 속상했지만, 베이킹 과정은 정말 재미있었어요! 그저 따라 하면 다 되는 건 줄 알았는데 베이킹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정확함과 섬세함을 요구하는 작업이라는 걸 몸소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실패를 밑거름 삼아 다음 도전은 꼭 성공하길!   선영 : 여러모로, 많은 것을 깨달은 베이킹이었습니다. 에어프라이어라서 오븐보다 쉬울 줄 알았는데, 온도 조절이 더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맛이 있었기에 더욱 아쉬웠던 이번 베이킹, 다음에는 꼭 성공하고 싶어요.    박선영, 황지현 COOKING 인턴 cooking@joongang.co.kr      ■  「  ✔︎ 초보자를 위한 베이킹 팁 by ‘몰토베네’ 권은경 대표님   ▪ 자신의 오븐 또는 에어프라이어를 파악하는 시간은 필수! 기계 종류에 따라 열이 가해지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여러 번 테스트가 필요하다. 테스트를 통해 열 전달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파악하고 온도계로 더 정확한 온도를 측정하며 계속해서 지켜 보자.   ▪ 반죽할 때 밀가루를 넣고 나서 너무 많이 휘젓지 않기. 글루텐 형성 방지를 위해서 버터랑 밀가루가 섞이고 수분을 적당히 머금어 동그랗게 뭉쳐지면 섞는 것을 끝내야 한다.     ▪ 모든 면을 고르게 굽고 싶다면 열이 가해지는 세기의 차이를 고려해서 팬을 돌려가며 굽는다.     ▪ ‘겉바속촉’ 식감의 쿠키를 원할 경우 겉 면의 색깔이 갈색으로 나면 꺼낸다. 속이 흐물거려도 덜 익은 것이 아니라는 점!   ▪ 쿠키를 다 구운 후에는 그 상태로 30분 이상 완전히 식혀준 후, 굳은 상태에서 옮길 것.        」    ※ 중앙일보 쿠킹에서는 요리 전문가의 레시피와 일상 속 건강한 팁을 소개하는 뉴스레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 요즘 뜨는 레시피, 건강하게 먹는 팁 등이 궁금하신 분들은 쿠킹의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세요.  관련기사[쿠킹] 집보다 근사한 곳에서 레스토랑 메뉴로 차려낸 ‘홈 파티’ A-Z[쿠킹] 크리스마스 파티에 생굴과 술이 없으면 파티가 아닌 이유[쿠킹] 한 시간이면 완성, 집에서 갓구운 빵을 즐겨보세요.[쿠킹] 12월 홈파티 필수 음료 '뱅쇼' 레시피, 감기 예방은 덤

    2021.12.24 09:00